여 "지역에 경험·전문성 돌려주려"
'정치 연속성 확보' 일반론 강조
야 "젊은피 수혈·야권 지역 회복"
세대 교체ㆍ진보 확대 등 내세워
서울 강서구 가양역 사거리. 유동 인구가 많은 이 곳엔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의 현수막과 함께 두 장의 새정치민주연합 현역의원의 현수막이 동시에 걸리곤 한다. 강서을 지역구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인 진성준 비례대표 의원이 20대 총선을 공식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 한정애 비례대표 의원도 지역구 분구 가능성을 염두하고 출마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소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역구를 지키고 있는 서울 강남의 경우 같은 당 비례대표인 류지영 의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분구를 예상하고서다. 부산 해운대(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경기 남양주(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 등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한국일보의 19대 국회 여야 비례대표 의원 56명(승계 포함)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서을 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지역구로 향하는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지역구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인원은 7명에 불과하다. 이들과 함께 아직까지 출마 여부를 고민중인 6명까지 제외하더라도 전체 비례대표 의원 중 76.8%(43명)이 이미 지역구 출마를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아직 출마 여부를 고민중인 6명의 의원들 역시 당내 지역구 선점 경쟁에서 밀렸거나 당직 활동 등의 이유로 지역구 선정 시간이 지체된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사실상 20대 총선에는 19대 비례대표 의원 중 49명(84%)이 지역구에서 재선을 노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이유에선 여야 간 차이가 뚜렷했다. 여당은 대부분이 ‘의정활동의 연속성 확보’라는 일반론을 강조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21명 중 12명은 “비례대표 활동으로 확보한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에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소수 의견으로는 여성의 정치적 역할 확대, 지역 주민들의 요구 등이 제시됐다.
반면 야당에서는 세대교체 지원과 진보세력 확대 주장이 많았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7명이 ‘젊은 피’ 수혈과 동시에 과거 야권 강세지역을 되찾는 첨병 역할을 이유로 들었고, 4명은 “여당 우세지역에서 반전을 이뤄 당의 세대교체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의원들은 “지역에서 진보세력을 확장하고 지역에 안주하는 거대정당의 중진들을 이겨내는 것은 숙명”이라며 출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율이 여당(67.7%)보다 야당(85.7%)에서 훨씬 더 높은 이유로 19대 공천 당시 벌어진 야당의 ‘물갈이’를 꼽는 의견이 많다. 인생 후반 명예적으로 국회에 입성한 게 아니라 정치활동에 대한 의지가 큰 전문직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고, 정권교체를 위해선 20대 공천에서 물갈이 폭이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이들이 진작부터 지역구 도전에 나섰다고 보는 것이다.
한 야당 중진의원은 “새정치연합이 19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를 뽑으면서 개혁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결과 다양한 직능에서 젊은 전문직과 여성인력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며 “그러다 보니 재선의 대한 의지가 더 크고 행동도 빠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심윤지인턴기자(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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