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현실 가능성이 큰 개연성 따라
비전 만들고 그것과 소통하라
청소년에게 꿈을 주는 프로그램을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선 현실 가능성이 큰 개연성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라.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다각적인 추적에 나선다면 그 문은 조금씩 열릴 것이다. 이를 근거로 자신이 꿈꾸는 미래 비전을 만들어 보라. 그리고 그 비전을 현실 속에 투영해 세상과 공유하라. 미래(세상)에서 오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며 구체화된 비전을 힘껏 펼칠 때 미래는 어느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로 선정한 토마스 프레이(61) 미국 다빈치연구소 소장은 ‘신의 경지’라는 그의 ‘미래를 훔쳐보는 비법’에 대해 이같이 귀띔했다. 그는 앞으로 10년 후 한국이 직면할 주요 도전 과제로 ▦저출산ㆍ고령화 사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활성화 ▦기술발달로 인한 실업자 증가 ▦남북통일 등을 꼽았다. 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미래에 대한 비전이 바뀐다면 현재도 바뀔 것”이라고. 프레이 소장을 지난달 말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이 열린 제주신라호텔에서 만나 그의‘미래를 만드는 기술’과 1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앞으로 15년 후 세계 전체 일자리의 절반 규모인 20억개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너무 끔찍한 건 아닌가.
“그렇다. 나의 예측이 단지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의도는 2030년 새로운 시스템들이 빠른 속도로 개발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산업은 커브형 발전 단계를 거친다. 호황기를 누리다가 결국 사라진다. 이미 철강 등 주요 산업들은 벨 커브의 하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철강 수요는 2024년 절정기에 이르지만, 2040년이면 철강을 대체할 새로운 합성 재료가 나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철강산업의 일자리도 대규모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일거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무궁무진한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 이 같은 일거리를 만들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바로 미래의 일거리는 새로운 시스템, 미래 산업에서 창출될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미래는 2030년에 맞춰져 있다. 그보다 이른 5년 후 주목 받을 미래 기술은 무엇인가.
“가장 현실 가능한 5가지 미래산업을 꼽는다면 ▦3D 프린터 ▦사물인터넷(Iot) ▦드론(무인 비행기) ▦무인자동차 ▦가상현실 등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개인주의적인 맞춤식 소비에 집중될 것이다. 일례로 3D 프린터로 옷, 신발, 의족은 물론 집과 나무, 과일, 음식, 장기, 의약품까지 복제가 가능할 것이다. 드론은 식당에서 음식 배달을 하고, 농장과 사고 현장 등에서 맹활약할 것이다. 가상현실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뒤흔들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들 기술의 변화는 새로운 산업을 꽃피울 것이다.”
-당신이 말하는 ‘미래’를 정의한다면.
“우리는 모두 개인적으로 과거를 경험했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정보는 과거의 얘기로 사실상 역사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생을 미래를 통해 살아간다. 결국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미래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미래는 먼저 우리의 마음속에서 비전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비전이 현재를 만드는 것이다. 또 그 비전이 지금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누군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바꾼다면 현재의 결정도 바꿀 수 있다. 미래는 결국 우리에게 달린 것이다.”
-미래 비전을 갖기 위해선 먼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대부분의 미래학자는 오늘이 있기에 위대한 미래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즉 미래가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가졌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바꾼다면 지금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미래가 곧 현재를 바꾸는 셈이다. 미래의 비전을 과연 어떻게 만들 것인가. 먼저 미래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 과정은 친숙함으로부터 축적되는 지식, 즉 미래에 대한 첫 번째 원칙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음 가는 길이라도 그 길을 수차례 걷다 보면 익숙해진다. 또 가는 목적지까지의 시간도 짧아진다. 그만큼 경험 속에 축적한 지식 때문이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보다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미래와 상호작용하기가 쉬워진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단정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래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높은 개연성에 따라 얼마든지 예측 가능하다. 그만큼 높은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00년 후에도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돌고 있을 것이고, 중력법칙도 불변의 진리로 남아 있을 것이다. 또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 소통할 것이고, 100년이 지나도 사계절이 존재할 것이다. 우리가 이 같은 미래에 대한 높은 개연성을 얼마나 많이, 또 통찰력 있게 파악하고 분석하느냐에 따라 미래에 대한 예측은 절대 불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우리의 미래는 안정되고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확실하게 예측이 가능한 개연성에 의해 결정된다. 불안정한 변수를 꼽자면 자연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일례로 날씨와 동물, 지진, 홍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간은 기술과 정보, 경제, 에너지, 행동 양태 등에 영향을 받는다. 내가 운영하는 미래연구소인 다빈치연구소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600개 이상의 정보‘사이클 트랙’을 중심으로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고, 관심 있는 각 이슈 별‘상황 미래’를 설정해 그 발전ㆍ진화 과정 등을 연구한다. 기술적으로 트렌드 예측과 시나리오 플랜, 백 캐스팅(Back Casting) 기법 등이 주로 활용된다.”
-미래 비전은 어떻게 만들며 이를 과연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나.
“미래와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미래 비전은 스토리텔링부터 스토리보드, 그래픽 예술, 만화, 모델링, 여론조사, 인터뷰, 동영상, 가상 현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연성이 높은 하나의 미래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이다. 그다음엔 미래 비전을 보다 실현 가능성이 큰‘끌개(attractor)’로 발전시켜 나간다. 끌개란 그럴듯한 미래의 형태로 힘차게 끌어당기는 힘이다. 그 힘이 작용할 때 곧 미래 비전은 현실에 가까워 지는 것이다. 다빈치연구소는 2010년 무인비행기를 구상했다. 500개가 넘는 설계도와 3만 5,000개의 개념도를 만들어 무인비행기에 대한 미래 비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형을 만들기 전까지 끌개 모델 만들기에 전념했다. 우선 무인비행기의 개념화에 주력한 후 2ㆍ3ㆍ4차원의 가상 모델을 만들어 목표와 현실이라는 개념을 첨가해 실현 가능성을 따져봤다. 여기에 세상에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지 실용성도 체크했다.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 과정을 반복했다. 그런 후 어느 정도 확신이 섰을 때 우리의 미래 비전을 펼쳤다. 우리가 가진 개념과 모형들을 대외적으로 알린 것이다. 세상에 이를 선포하듯 다양한 방식으로 퍼뜨리며 우리의 비전을 세상과 공유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경청하면서 반응을 분석했다. 결국 미래와 소통한다는 것은 미래에 신호를 보내고 그로부터 신호를 받는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의 비전에 대한 의사소통들을 모니터링했다. 결국 우리의 비전이 인터넷 검색 창에서 ‘무인비행기(드론)가 화물을 운송한다’는 식으로 검색되고 이에 흥분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0년 우리 비전에 대한 검색 건수가 1,550개에 불과했는데 5년 만에 120만개를 넘어섰다. 우리의 미래 비전이 5년간 형상화를 통해 오늘날 현실로 나타나면서 결국 미래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이 같은 결과를 보면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우리의 미래 비전을 유능한 회사의 의사 결정자와 공유해 그 가치를 심어주면서 상용화됐고 마침내 그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나는 단언컨대 미래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후 한국의 미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의 미래를 예측하기보단 앞으로 한국이 직면할 주요 다섯 가지 도전과제를 말하겠다. 2025년 한국의 도전과제는 ▦고령화 ▦저출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활성화 ▦기술로 인한 실업자 증가 ▦통일 등이 될 것이다. 이들은 위기 요인이지만 또한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이를 대비해 구체적인 정책 방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족 친화적인 사회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청소년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인구 증대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또 고령층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노인들에게 새로운 사회적 역량을 부가할 수 있는 기업과 사회가 함께 만드는 고령 인구 포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을 줘야 한다. 한국은 미국보다 더 훌륭한 스타트업 창업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열정적이고 근면 성실한 인재들이 넘쳐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경쟁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영웅 기업인’을 만들어내야 한다. 벤처기업을 만드는 창업자를 육성해야 한다. 기술 발전에 밀려 늘어나는 실업자들에 대한 방안도 필요하다. 3D 프린터나 드론 등 60개에 달하는 미래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만 한다. 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경쟁이 아닌 협업문화를 활성화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통일을 위한 만반의 대비책과 통일 이후의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한국의 통일이 아마도 5년 뒤 올 것으로 예측한다. 물론 그 이후가 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통일된 한국을 위한 각종의 대책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어 그 계획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토마스 프레이는 누구
‘미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로 현재 유엔미래포럼 이사를 맡고 있다.
어린 시절 IQ가 미국 상위 0.01%로 책을 읽거나 공상을 하는 것 외엔 시간을 다르게 보낼 방법이 없었던 그는 세계적인 IT 기업인 IBM의 엔지니어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미래학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IBM에서 270여 차례 이상 디자인ㆍ기술분야에서의 수상 경력은 그가 미래 IT 분야에 뛰어난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1980년 미 특허청에 전 세계로부터 특허출원이 쏟아지자 어떤 분야가 미래에 다가올 ‘넥스트 웨이브’(차세대 물결)인지를 파악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그는 지난 35년간 미 특허청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초 우리나라 특허청을 방문해 ‘미래 발명 박물관 설립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미래와의 대화> 가 있고,‘더 퓨처리스트’(The Futurist) 편집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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