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제공 비밀자료 분석
뉴욕타임스·인터넷 언론 보도
수십억개 이메일 접근권 제공
유엔본부 인터넷 감청 기술도 지원
하루 6000만개 외국간 이메일 수집
미국의 대형 통신회사 AT&T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통신 사찰에 장시간 적극적으로 고객의 통화내역을 제공해 왔다고 뉴욕타임스와 비영리 인터넷언론 프로퍼블리카가 15일 보도했다.
전 NSA 시스템 관리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3년 NSA가 통신회사 버라이즌의 고객 수백만명의 전화기록을 수집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후 2년 만에 이번에는 AT&T의 감청 협력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프로퍼블리카는 스노든이 제공한 2003년에서 2013년 사이 NSA 기밀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NSA와 AT&T의 관계가 “긴밀했다”고 결론지었다.
보도에 따르면 NSA와 AT&T의 협력은 ‘페어뷰’(Fairview)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AT&T는 합법적인 것으로 포장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십억개의 이메일에 대한 접근권을 NSA에 제공했다. 2012년 NSA가 뉴욕의 유엔본부의 인터넷 회선을 감시하라는 법원의 비밀 명령을 이행할 때에도 AT&T가 유엔 본부의 모든 인터넷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2003년 AT&T 기록에 따르면 NSA가 당시 전세계의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정보수집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이를 통해 초기 몇 달 동안에만 4,000억개의 인터넷 메타 데이터 기록이 수집됐다고 보도했다. 2011년 AT&T는 9ㆍ11 테러 10주년 이전에 통화 기록을 감시하라는 압력에 하루에만 11억개의 국내 휴대폰 통화 기록을 NSA에 넘기기도 했다.
AT&T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통신정보도 NSA에 제공했다. AT&T는 NSA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 접근권을 NSA에 제공하고, 2013년 이 프로그램은 하루에 6,000만개의 외국간 이메일 정보를 수집했다. 익명의 NSA 관리는 뉴욕타임스에게 국내 도청법이 외국간 이메일에 대해선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NSA에게 법원 명령에 대한 대응 때문에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편 NSA는 버라이즌과도 ‘스톰브류(Stormbrew)’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문서에 따르면 2013년 NSA는 페어뷰 프로그램에 스톰브류 프로그램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1억 8,890만달러(약2,22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번에 드러난 NSA의 기밀 자료에서 AT&T와 버라이즌 등 통신회사의 실제 이름이 나오지는 않으나, 케이블 복원 기록과 특정 전문 용어, NSA 뉴스레터에서 단서를 찾았다. 페어뷰 프로그램 케이블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손상됐다가 복원됐다고 NSA의 뉴스레터에서 알려졌는데, 이것이 AT&T가 운영하는 케이블로 드러났다. 또한 NSA가 사용하는 특수 전문 용어 중 페어뷰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SNRC’와 페어뷰의 데이터 흐름을 설명하는 ‘CBB’가 AT&T만의 고유 용어였다는 점이 전직 AT&T직원들의 확인을 거쳐 드러났다. 또한 페어뷰와 스톰브류의 케이블 지도가 보여주는 위치가 각각 AT&T와 버라이즌이 운영하는 케이블 지도와 정확히 일치했다는 점도 증거로 제시됐다.
AT&T의 브랜드 번스 대변인은 이번 의혹에 대해 “우리는 사람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거나 시간이 관건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발적으로 조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가 안보 사안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NSA의 과거 무차별 통신정보수집에 대한 스노든의 폭로 이후 통신회사들이 방어조치에 나섰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들이 작동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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