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데이터중심요금제 도입 후 통신사들 마케팅 전략 비중 커져
KT 밀당·SKT 리필 이용률 2배, LGU+는 비디오 전용 추가 제공
주부 박모(37)씨의 카카오톡은 매달 20일쯤 되면 ‘데이터 장터’로 바뀐다. 아이가 요즘 부쩍 교육용ㆍ오락용 스마트폰 동영상에 맛을 들여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또래 아이를 키우는 친척, 친구들과 각 가정별 상황에 따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박씨는 “누가 그렇게 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면서 “생활비에 민감한 주부들 입장에서는 비싼 요금제를 쓰지 않으면서 아이들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1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KT를 시작으로 데이터중심요금제가 도입된 이후 마케팅 전략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데이터중심요금제 도입 이후 기본 제공 데이터를 한번 더 무료로 제공하는 ‘리필하기’ 서비스를 확대했다. 원래 2년 이상 장기가입고객에게 주는 혜택이었으나 가입연도별로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밴드데이터51 가입고객의 경우 기본 6.5GB에다 리필 6.5GB를 받아 모두 13GB를 쓸 수 있다. 가족 등에게 최대 1GB를 줄 수 있는 ‘선물하기’ 기능도 있다.
이런 기능들은 데이터중심요금제 도입 이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리필하기’의 경우 7월 한달간 이용건수가 무려 130만건에 달했다. 이전 70만건 수준에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월 170만건 수준이던 ‘선물하기’도 220만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SK텔레콤은 한발 더 나아가 이런 기능 들을 멤버십 서비스와 연결시키고 있다. SK텔레콤 멤버십 회원이 영화관 메가박스를 이용했을 때, 할인혜택을 주듯 500MB의 데이터를 주는 방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데이터 제공을 멤버십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는 ‘데이터 밀당’을 내걸고 있다. 남는 데이터를 다음달로 넘겨주는 ‘밀기’에다 다음달 데이터를 최대 2GB까지 미리 가불해서 쓸 수 있는 ‘당기기’를 합친 것이다. 2014년 통계 분석결과 이용자들의 월별 음성통화 이용량 편차는 24% 수준인데, 데이터 이용량 편차는 45%까지 벌어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보니 데이터가 남아도 불만, 모자라도 불만이었다.
이용자의 반응은 좋다. 밀당제 가운데 당겨쓰기 기능을 활용한 고객 비중이 5월 33.3%, 6월 34.3% 수준이더니 7월에는 무려 70%까지 치솟았다. KT는 이 서비스를 아예 특허로 출원해둔 상태다. KT 관계자는 “밀당 서비스만 잘 이용해도 가입요금제를 5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4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KT에는 가족간 데이터를 나눠 쓰는 ‘올레 패밀리박스’ 등 다양한 제도가 있다.
LG유플러스는 비디오 전용 데이터 추가 제공을 내걸고 있다. 데이터중심요금제에 가입하면 동영상 전용 데이터를 추가로 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번호이동 고객 비중이 줄어들면서 이제는 어떤 혜택과 서비스를 줄 수 있느냐가 경쟁포인트가 됐고 그 핵심은 데이터가 될 것”이라면서 “관련 서비스가 더욱 정교하게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용자도 자신의 데이터 사용 목적, 사용량, 이용패턴을 잘 알아봐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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