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7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측에 보낸 메시지는 명확하다. 도발과 위협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와 협력을 향한 문은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견지해 온 압박과 대화 투 트랙 기조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대북 메시지의 무게는 대화와 협력 쪽에 실렸다. 최근 북측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됐지만 박 대통령이 국면전환 의지를 분명히 내보였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 스스로 중대한 의미를 부여해온 광복 70년, 분단 70년이라는 시의에 어울릴 만한 획기적 제안이 없는 것은 아쉽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측에 전달하겠다고 한 것 정도가 새롭다면 새롭다. DMZ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남북간 도로 철도 연결, 자연재해와 안전문제 공동대응, 문화와 체육교류 등을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 등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북측에 제안해 왔던 내용이다.
이날 박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한국의 비전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하다.“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000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엔진” 등의 꿈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한반도 신경제지도구상’과도 맥이 통한다. 문 대표는 “북한과 협력할 수 있다면 동북아 공동번영의 꿈은 불가능하지 않으며 그것이 광복 10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남북관계의 암담한 현실을 보면 그런 비전과 꿈은 이루기 어려운 환상에 가깝다. DMZ 지뢰 도발 대응차원에서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방지역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고, 북측은 확성기 시설에 대한 조준 타격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17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되는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북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가 날려보내는 대북전단에 대해서도 북측은 조준격파, 원점 타격을 공언해왔다. 언제 어디서 oo))LFH군사충돌이 벌어질지 모를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는 주요인사들의 숙청설이 끊이지 않는 등 체제 불안정 조짐이 높아지고 있다. 6자 회담이 7년째 표류하는 동안 북측은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앞세워 핵 능력을 계속 키워왔다. 그런 김정은 체제를 향해 “변화의 의지를 보이면 도와주겠다”는 식의 안이한 접근을 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 박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경축사 대북 메시지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촉즉발의 엄중한 상황을 지혜롭게 관리하면서 실질적으로 북한을 변화의 길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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