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투병으로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타계한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84)의 장례식 참석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맹희 회장은 '큰 아버지'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슬하에 3명의 아들과 5명의 딸을 뒀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3남이고 이맹희 회장이 바로 장남이다. 이맹희 명예회장에게 이재용 부회장은 조카이며 조카가 큰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있었다. 이는 곧 삼성그룹과 CJ그룹 간 갈등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장례식 참석여부가 새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장례식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 이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폐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고인의 운구절차를 중국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관계로 발인 등 장례식 일정은 미정인 것이다. 통상 중국정부와 운구절차를 마무리짓는데는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그룹은 고인의 장례식을 그룹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하기로 했다. 상주는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이재현 회장이 맡지만 건강상태가 좋지않아 빈소에 상주하며 조문객들을 맡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CJ그룹 측은 전했다. 이재현 회장은 횡령과 배임, 탈세 등으로 지난 2013년 7월 구속 기소돼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건강악화로 법원의 구속집행 정지결정을 받아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의 모친인 홍라희 여사가 지난 2014년 8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던 점을 들어 이재용 부회장의 장례식 참석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과 이번에 타계한 이맹희 명예회장 간 화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선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1976년 삼성가 후계자로 이건희 회장이 낙점된 이후 해외를 전전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1995년 제일제당이 삼성에서 분리돼 나와 CJ그룹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이같은 배경 때문에 양측은 갈등관계를 유지해 왔다.
삼성과 CJ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지난 2012년 2월 이맹희 명예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이병철 회장의 차명 재산 중 7000여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소송과정에서 이맹희 명예회장은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 한 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이건희 회장을 맹비난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라고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 집안에서 퇴출된 양반"이라며 이맹희 명예회장을 깎아내렸다.
소송 과정에서 삼성과 CJ는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기일에 따로 제사를 지낼 정도로 두 그룹 간 관계가 악화됐다. 이맹희 회장 측이 1심과 항소심에서 연달아 패하자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상속싸움'은 일단락되었으나 두 형제 간 감정의 골은 다시 한 번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이같은 집안 배경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이맹희 명예회장의 장례식 참석여부를 선뜻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그런데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조카가 큰 아버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이맹희 명예회장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들을 대신 보내는 방식으로 큰 아버지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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