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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전도연, "무림고수 맹인연기 다시 하라면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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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전도연, "무림고수 맹인연기 다시 하라면 어휴~"

입력
2015.08.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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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쾌한 '디스'였다. 13일 개봉한 영화 '협녀'의 여주인공 전도연은 박흥식 감독에 대한 애정을 무심한듯 시크하게 때론 "내가 (연기) 못했나, 감독 탓이지"라며 깔깔댔다. '협녀'는 고려 말 천인인 남자 유백(이병헌)이 왕의 자리를 탐내고 그 남자에게 배신당한 뒤 18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가는 여인(전도연), 복수를 위해 만들어진 한 여인(김고은)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도연은 남자의 배신으로 깊은 상처를 얻고 자신을 대신해 복수해 줄 여인을 키우는 무림의 초절정고수 설랑(훗날 월소)를 연기했다. 전도연은 배신한 남자에 대한 복수심, 증오, 애증 등을 한데 모아 연기해야 했다. 또 자신이 키운 홍이에게 자애심과 대의를 실행하기 위한 냉정함을 표현해야 했다. 더욱이 맹인과 고수를 외적으로 드러내야 했다.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영화 얘기 중에 눈물이 났다. 계절 타나 보다."

-박흥식 감독과 세 번째 작품이다.

"감독에 대한 신뢰와 믿음 때문이 아니다(웃음). '인어공주'(2004) 때 세 여검객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고 싶다 정도였다. '협녀'와 스토리가 완전히 달랐다. 감독과는 안부를 묻는 정도인데 10년 정도 지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협녀'라고 떠있어 (기대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가 먼저 '왜 나 안불러요'라고 물으니 남자부터 먼저 캐스팅하고 연락하려 했다는데 믿지 않는다."

-왜 무협을 택했나.

"무협이란 장르를 좋다, 나쁘다고 판단할 줄 몰랐다. 어렸을 때 비디오로 본 게 전부인데 영화 내내 사랑, 배신, 음모가 끊임없던 점이 흥미로운 정도였다. 그런데 '협녀'는 이런 무협보다 이야기가 강렬해서 좋았다. 지나고 보니 장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장르 특성상 몸을 쓰는 연기가 중요한데.

"출연을 결정하고 보니 그제서야 초절정 고수와 맹인이 마음에 걸렸다. 고수의 액션은 어차피 연습해야 하는 거니까 넘어가고, 눈이 보이지 않는점은 어떻게 해야지 계속 신경 쓰였다. 박 감독은 월소의 시신경이 다 죽은 상태라 눈동자의 움직임이 없어 빛 반응이 없어 깜빡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게 무척 막연했다. 눈을 깜빡이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맹인 연기는 결국 연습보다 현장에서 집중해 견뎠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

"'초절정 고수'(흥흥)는 박 감독이 표정이 없이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적을 제압해야 한다고 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모형 검이 한 손으로 들기엔 무거운데 무게를 잊을 만큼 휘둘러야 해서 3개월 정도 연습했다. 막상 현장에서 액션을 찍고 보니 연습기간이 턱없이 부족함을 깨달았다. 천천히 차근차근 준비했어야 했다. 칼을 휘두르고 하늘을 나는데 몰입하다 보니 맹인 연기를 연습보다 현장에서 더 집중했던 이유였다."

-어려웠던 액션 연기는 없었나.

"첫 촬영이었던 메밀밭 결투는 시뮬레이션과 현장이 차이가 커 당초 의도했던 것과 포기하고 타협했다. 촬영 때 비가 와 메밀들이 쓰러져 있어 촬영 포인트가 한정적이었고 내리막의 진흙길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연습한 게 아까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던 터라 억장이 무너지는 촬영이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맹인 여검객 캐릭터는 쉽지 않았겠다.

"이 영화에서 두 이야기가 와 닿았다. 그 중 하나가 설랑의 시간이었다. 그녀의 시간은 배신당한 순간 죽었다. 그렇다면 정지된 시간 동안 어땠을까, 감정조차 이미 죽지 않았을까 해서 극대화된 표현이 맹인 설정이었다. 설랑에게 고통스런 시간을 표현하는데 꼭 필요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솔직히 사랑과 복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는 점은 납득이 안됐다. '대체 감독은 이 여자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을까'했다."

-어떻게 캐릭터를 이해했나.

"지금도 과거에도 협은 존재했다. 그러나 협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어쩌면 월소의 협을 고지식하게 협을 지켜내는 여자라는 점을 공감했다. 나는 이해했고, (김)고은이는 감독에게 세뇌당했다(웃음)."

-현장에서 의문은 없었나.

"눈을 깜박이지 않는데 집요하게 집착하느라. 감정보다 우선이었다. 연기를 모니터하면서 옥의 티를 많이 느꼈다. 어우~ 다시 찍으라면 안 찍는다!"

-여배우에 대한 배려는 없었나.

"감독이 상대를 배려할 만큼의 성격은 아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강한 사람이다(웃음)."

-'와호장룡' 등 중국 무협영화의 선입견을 가지지 않았나.

"무협 장르상 중국 영화의 느낌을 아주 지울 수 없었다. '와호장룡'은 영상미가 뛰어났지 감정은 기억나지 않듯 우리는 검에서 감정이 느껴지게 차별화를 두기로 했다. 감독 역시 이 점을 인지했다."

-진중한 멜로작을 선택하는 듯 하다.

"사랑의 방식도 지나나 보다. 예전엔 사랑에 대한 판타지나 생각이 하나였다면 지금은 여러 개를 알게 됐다. 그래서 요샌 단순하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한 것에 끌리는 것 같다."

-한국 대표 여배우로 책임감은.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줄 몰랐다. 배우나 연기에 대해 애정도 깊지 않았다. 현모양처처럼 살 거라 생각했다. 늦은 나이에 점점 영화를 알게 되고 일에 빠졌다. CF 모델로 데뷔해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일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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