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정부에 카드론 이자 인하를 요구한 것을 두고 새삼 ‘관치(官治)’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금융개혁 조치로 “(은행권의) 금리ㆍ수수료ㆍ배당 등 가격변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위적 개입을 근절하겠다”고 천명한 바로 이튿날이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시장 자율을 약속해도 정치권이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제한적 경쟁상황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손을 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당국이 가격 규제 철폐에 나선 건 날로 악화하는 은행의 수익성 때문이다. 장기 불황에 순이자마진(NIM)까지 역대 최저치(1.58%)로 떨어진 탓에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년 전 3분의 1 수준인 5.5%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창구지도 등을 통한 가격 규제라도 없애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 개입을 짐짓 관치로 매도하며 가격 결정을 온전히 은행에 맡기는 건 여전히 위험하다. 금융업 특성 상 금리나 수수료 등은 담합까진 아니어도 은행 간 동조 경향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최소한의 정책적 가이드라인조차 없으면 순식간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독점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감독원에 속해 있는 등 소비자 보호시스템이 미흡한 것도 문제다.
은행이 어렵다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공적 개입까지 배제돼선 안 된다. 새누리당의 카드론 이자 인하 요구도 저소득ㆍ저신용 계층이 주로 이용하니, 신용위험을 내세운 무차별 고금리를 시정해달라는 수준이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수익성 제고는 섣부른 가격 자유화보다 사업 및 고비용 구조 개선 등 은행권의 자구책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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