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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복 70년, 우리는 다시 시대적 전환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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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복 70년, 우리는 다시 시대적 전환점에 섰다

입력
2015.08.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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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대사는 실패 아닌 성공의 역사

성취의 그늘, 모순 커져가는 위기상황

재도약 위한 가치와 방향 재설정할 때

광복 70주년이다. 오욕의 세월을 걷어내고 국권을 회복한 이래 대한민국은 역동적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치달려왔다. 전쟁으로 그나마도 다 잃은 한국에 정상국가로서의 미래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혼신의 힘으로 이만큼 자부할만한 나라를 만들어냈다. 경제적 성취는 가히 현대사의 기적이었다. 최빈국에서 일약 선진그룹으로 도약,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선도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지금의 국부와 평균적 삶, 그리고 국가위상은 우리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정치적으로는 독재와 혁명, 쿠데타, 반동의 세월을 거쳐 기어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안착시켰다. 경제발전처럼 단 기간에 거의 모든 정치체제를 실험, 극복하면서 안정적 민주주의체제를 쟁취한 사례 또한 찾기 어렵다. 그래서 광복 70년은 실패 아닌, 성공과 성취의 역사다. 오늘을 경축할만한 이유다. 몇몇 지도자의 공이 아닌, 그 힘든 시대를 견디며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모두의 성취임은 말할 것도 없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산업 의존과 분배구조의 왜곡, 여기서 비롯된 부의 과도한 집중 및 빈부격차, 확대되는 성장의 그늘 등이다. 정치사회적으로는 이념 지역 계층 세대 등 온갖 갈등이 다변화하고 심화하면서 사회를 더욱 배타적으로 갈라가고 있다. 이 또한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자원의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우리의 경제화ㆍ민주화가 외피일 뿐, 실질 수준에는 미흡함을 자책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국가건립 초기 일제 잔재가 청소되지 못해 가치관이 뒤틀리고, 영속적 갈등요인으로 남게 된 한(恨)은 두고두고 크다. 독립운동가와 친일부역자들의 삶이 전도(顚倒)된 것은 현대사의 가장 큰 부끄러움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기, 냉소, 불신, 배타, 가치 왜곡이 유난한 것도 이 원죄(原罪) 탓이다. 끝까지 바로 잡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부(負)의 유산이다.

마침 광복 70주년을 세계적 전환기에서 맞는다. 성장을 견인해온 전통적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적 산업기반은 한계에 부딪쳤고, 엘리트 대의정치로는 대중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결집해내지 못하는 양상이 목도되고 있다. 정치 경제 학문 문화 모든 분야 국가역량을 총동원, 지향가치와 진로를 재설정해야 할 책임이 지금 모두에게 맡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자, 모순을 해소하고 발전을 추동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완전한 정상국가로 밀어 올릴 가장 유효한 계기다. 이만한 힘과 능력에도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입지가 취약한 것도 분단 때문이다. 남북ㆍ국제관계를 창조적으로 관리하면서 급변상황과 통일에 대비한 역량 축적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광복 70년, 다시 우리는 쇠퇴 정체 재도약을 가르는 역사적 기로에 섰다. 이 시대적 책임감을 무겁게 인식하는 것부터가 광복 70년을 맞는 모두의 마음가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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