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용기 낸 덕분에 성과"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은 유감입니다. 하지만 ‘전시의 그늘에서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여성’이라는 표현으로 위안부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시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국ㆍ내외 문헌 연구를 해온 위안부 전문가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담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남 위원은 “위안부 문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민족의 아픈 과거사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는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로 발전했다”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지만 더딘 시간 속에서도 인류가 시급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된 것은 큰 성과”라고 규정했다.
남 위원은 그 출발점이 아픈 기억을 꺼내 세상에 알린 위안부 피해자들의 용기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1년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최초 공개를 계기로 수 십 년간 숨죽이며 숨겨왔던 위안부 피해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피해 할머니들이 단순히 피해자에서 벗어나 역사의 주체로 나서 일본의 배상을 요구하는 운동을 전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고, 결국 국제사회도 응답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2007년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은 그 노력이 일군 값진 쾌거였다. 이후 미 하원을 비롯, 유럽연합과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의회 등이 결의안을 통해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사과를 요구하면서 한일 간의 문제였던 위안부 문제가 국제 사회의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남 위원은 “전쟁 중이라도 강간은 범죄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이 고양되면서, 전쟁 성범죄를 막으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책임 규명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의 과거사 갈등 현안으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심지어 아베 신조 정권이 이끄는 집권 자민당내에서는 고노 담화를 이끌어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발언이 거짓이라며 검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고노 전 장관은 13일 TV에 출연, “강제 연행이 있었다”는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하는 등 일본내에서도 날 선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커녕 한일간의 대화 마저 지난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남 위원은 “다양한 채널을 통한 교섭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본이 번복할 수 없도록 명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사죄의 증거로 배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결국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교섭을 통해 양측에 존재하는 해석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외교적 교섭을 통해 일본 국내외 새로운 자료조사, 피해자와 관계자의 증언 조사 등 위안부 관련 정보 공개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고, 한일 공동 역사 연구 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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