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공룡’ CJ E&M이 선정적이고 저속한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로부터 이달에만 두 번이나 과징금 부과 철퇴를 맞았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3일 CJ E&M 계열 채널 Mnet에서 지난 4월 방송한 드라마 ‘더 러버’에 과징금 2,000만원을 부과키로 했다. 성행위와 관련한 과도한 언급 및 행동 묘사를 비롯해 욕설 등 비속어의 반복적 사용이 도를 넘었다는 게 중징계 이유다.
이와 더불어 방통심의위는 이날 여성 비하 랩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 물의를 빚은 Mnet의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 대해서도 양성평등 및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과징금 부과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과징금 금액은 추가 회의를 열어 결정된다. 방통심의위는 심의 위반 정도가 심각할 때 최고 수준의 징계인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대 5,000만원까지 물린다.
이달 두 번의 과징금 징계를 받은 Mnet은 일부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더 러버’에서 콘돔 언급은 애교 수준이었다. 남자 동거 커플로 나온 이재준(이준재 분)과 타쿠야는 운동복을 가리키며 “자지(Jersey, 운동복의 일본 발음)”라는 말을 수 차례 주고 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저런 거 입지 말랬지. 똥X멍 다 보여”등 저속한 대사가 쏟아져 4월 3일 첫 방송에서는 이를 가리기 위한 ‘삐’ 소리가 30번 넘게 나왔다. 방송에 내보내지 못하는 욕설이나 성적 농담을 30번 넘게 했다는 얘기다. 극중 오도시(오정세 분)가 류두리(류현경 분)의 가슴을 양 손으로 잡고 주무른 뒤 허리를 붙잡고 성적인 움직임을 하는 등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아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쇼미더머니4’는 더 심각하다. 제작진은 선정성을 넘어 여성을 비하하는 랩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룹 위너 멤버인 송민호는 방송에서 “미노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여성비하 랩을 해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쇼미더머니4’는 채널 역사상 최고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위기에 놓였다. 세 번의 시즌 동안 방송 언어 위반 등으로 관계자 경고 등 징계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어서 과징금이 3,000만원 이상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관계자들이 많다. ‘더 러버’도 방통심위의 9명의 심의위원 중 4명이 과징금 3,000만원에 찬성했을 정도로 문제 의식이 심각했는데, 이미 사회적 물의가 컸던 ‘쇼미더머니4’는 더 높은 징계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더 러버’와 ‘쇼미더머니4’모두 Mnet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잇따른 선정성 논란에도 방송사 차원에서 별다른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가중 처벌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Mnet은 2011년 2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로 1,000만원을, 같은 해 7월에는 ‘UV신드롬 비긴즈’로 2,000만원의 과징금을 냈다. 2008년 방통심의위 출범 후 Mnet이 과징금 징계 처분을 받은 건 ‘쇼미더머니4’를 포함해 이번이 네 번째다.
또한 CJ E&M의 채널인 tvN ‘수요미식회’와 ‘문제적 남자’는 거듭된 방송 광고 위반으로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받았다. CJ E&M의 프로그램이 이달에만 네 건의 중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방송사가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함귀용 방통심의위 위원은 “CJ E&M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같은 문제를 세 번 반복하는 제작진의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 도입 등 심의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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