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이 없다’ ‘기본이 중요하다’ 등 우리는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살고 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기본,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또는 꼭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 참 중요한 단어인 것 같다. 가장 먼저 꼭 있어야 할 것이 기본이지만 기본을 갖춘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해서인가? 모든 기본은 단순한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 단순함이 주는 지겨움 때문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처음 방문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모든 파스타의 기본이 되는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를 주문한다. 기본기를 보려는 생각 때문이다. 이탈리아 파스타 소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오일과 토마토. 토마토가 들어가는 소스는 17세기 이탈리아에 처음 토마토가 들어오고 나서야 생긴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는 ‘알리오(마늘) 올리오(기름)’는 페스토 소스(pesto, 잎이나 채소를 으깨서 만든 소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파스타 소스를 만드는 첫 번째 단계다. 즉 가장 기본이 되는 소스인 것이다. 토마토가 들어가던 아님 다른 부재료가 들어가는 소스를 만들건 먼저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볶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간단하다 못해 그냥 마늘을 볶은 기름에 삶은 면을 넣어서 스파게티를 만든 것이 과연 맛이 있겠는가? 결론은 맛있다. 게다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함에 빠지면 중독이 되는 맛이다. 그리고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는 ‘파스타를 좀 한다’는 셰프들도 어려워하는 음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들어가는 재료가 올리브유와 마늘뿐이니 기댈 구석이 없이 자신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다 보여준다는 것, 정말 기본이 없다면 그것만큼 두려운 것이 또 있을까?
내가 연기를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기본기의 부족을 느끼며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땐 정말 카메라가 두려웠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순간, 벌거벗은 몸으로 카메라 앞에 선 기분 이었고 딱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찔하고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요즘 내가 요리 좀 한다고 깝죽대며 다니고 있는데, 칼 들고 도마 앞에서 딱 얼어버리는 순간이 오기 전에 ‘기본을 다시 공부한다’는 의미로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배우 겸 요리사
●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 (1인분)
* 재료
스파게티 120g, 마늘 3쪽,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30ml, 파마산 치즈 10g, 소금
* 조리방법
1. 물이 끓으면 물 양 1%의 소금(천일염)을 넣고(짜다고 느낄 정도) 면을 넣어 8~10분 삶는다.
2. 면이 익는 동안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른 후 마늘을 편 썰어 마늘이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3. 2의 팬에 면 삶은 물(올리브유와 동일한 양)을 넣는다.
4. 3의 팬에 삶은 면을 넣어 볶는다.(이 단계에서 면이 좀 뻑뻑하다 싶으면 면 삶은 물을 더 넣는다)
5. 완성접시에 스파게티를 담고 올리브 오일과 파마산 치즈를 뿌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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