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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관심 속에 10년 뒤엔 독립운동가 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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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무관심 속에 10년 뒤엔 독립운동가 전멸"

입력
2015.08.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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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들이 무관심 속에 점점 ‘멸종’돼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 죽어야 제대로 기억하게 될까요?”

13일 경기 분당 자택에서 만난 김우전(93·사진) 전 광복회장(2003~2005년 재임)은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몸이 굽어 있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의 열악한 처우를 말하는 목소리엔 잔뜩 힘이 들어갔다.

김 전 회장은 21세 때 일본 학병으로 강제 징집됐지만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한 애국지사다. 현재 생존해 있는 독립운동가 83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전략첩보부대(OSS)에서 특수훈련을 받았고 백범 김구 선생의 기요비서(기밀문서를 취급하던 자리)로 활동했다. 공훈을 인정받아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노령의 애국지사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기쁨보다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현실을 개탄했다. 광복 후 오욕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탓에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친일파와 달리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3대에 걸쳐 고생길을 면치 못하는 부조리한 실태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광복만 되면 독립운동가들도 잘 살 줄 알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친일파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일제에 부역했던 이들의 자손이 지금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정부의 무관심이 독립운동의 가치를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일부 정부 인사들로 인해 독립운동가 후손은 사각지대에서 계속 소외돼 왔다”며 “독립유공자를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는데 과연 이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아흔을 넘긴 독립운동가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지금도 음지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은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김 전 회장은 “나와 함께 훈련 받고 밤을 새워가며 조국 독립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동료들이 사진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했다”며 “내가 살아있는 증거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독립운동을 했더라도 판결문이나 당시 기사 등 실증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공훈을 인정 받을 수 없다. 가짜 독립유공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김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살아있는 애국지사 가운데 나처럼 활동하는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며 “어쩌면 10년 뒤엔 ‘독립운동가 멸종’ 사태를 맞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의 우려대로 생존 독립유공자의 평균 연령은 91세다. 우리 사회가 뒤늦게라도 이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과 예우,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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