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국가유공자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지원하는 내용은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다. 약간의 액수 차이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보상금 및 연금이 지급되고 보훈병원과 위탁지정병원에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학교 수업료ㆍ취업 보조 등 다양한 지원책을 구비했다는 게 국가보훈처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독립유공자의 경우 보훈혜택 개시 시점이 늦었고 수급자가 고령이어서 국가유공자와 차별화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독립유공자 후손을 상대로 한 본보의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듯 세대를 거치며 가난이 대물림돼 열악한 처지에 놓인 독립유공자 후손이 적지 않다. 정부가 광복 20년이 지난 1965년에야 독립유공자 보훈정책을 개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에 맞선 독립유공자들이 19세기 말부터 활동한 것을 고려하면 늦어도 너무 늦은 셈이다.
독립유공자와 후손의 높은 연령대를 감안하지 않은 유명무실한 지원책도 수두룩하다. 가령 교육지원을 보면 본인과 자녀, 손자녀의 중고교 입학금과 수업료가 면제되고 대입에서도 유공자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독립유공자 본인의 평균연령은 91세, 유족은 75세다. 손자녀조차 학교에 다닐 연령이 지난 것이다. 지하철ㆍ버스 이용도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은 무임승차가 가능하지만 굳이 유공자가 아니어도 65세 이상이면 경로우대를 받는다. 반면 국가유공자 본인의 평균 연령은 66세로 독립유공자 자녀나 손자녀보다도 나이가 적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가 1965년 순국선열 애국지사 기금을 처음 만들 때는 광복 전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경우 증손자녀까지, 광복 후 사망한 유공자는 손자녀까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독립유공자보다 수권자 범위가 1세대씩 적었던 6ㆍ25전쟁ㆍ베트남전 참전 원호대상자와 형평성을 맞출 요량으로 1973년 독립유공자의 수권대상을 1세대씩 축소했다. 독립유공자 본인은 물론, 자녀세대까지 사망한 경우가 많아 지원을 받아야 하는 후손 대부분 이 3,4대인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이다.
결과적으로 보훈정책 개시 시점이 늦은 데다 지원 대상도 축소되다 보니 보훈처의 보훈대상 85만여명 중 독립유공자와 유족은 7,400여명에 불과하다. 광복회 관계자는 “안중근 의사의 손녀조차 부모가 보상금을 수령해 아무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고 있다”며 “최초 연금 수급자로부터 2대까지는 동시에 보상금을 지급해야 선대(先代)가 모든 재산을 나라에 바쳐 어렵게 살았던 후손들의 형편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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