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사교육 참여율 중 가장 높아
상위권일수록 의존도 높고
하위권은 쉽게 포기 '극과 극'
경기 성남시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 1학년 김모(17)군의 하루는 수학으로 시작해 수학으로 끝난다. 야간 자율학습이 없는 토요일마다 수학 학원에 다니는 게 일상이다. 그걸로도 모자라 친구와 함께 하는 그룹 과외, 개인 과외 등 수학 과외만 2개를 더 하고 있다. 상위권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군은 번번이 수학이 발목을 잡아 반에서 7,8등에 머물고 있다. 김군 어머니는 “지난 1월 수학 학원에서 개최한 수리영역 설명회까지 찾아갔다”며 “모였다 하면 수학 이야기밖에 안 할 정도로 학부모 사이에서도 조바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과목은 수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이 입시를 결정한다’는 속설이 이미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는 정설로 굳어진 결과다.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수학 과목의 내용을 축소한다고 밝혔으나, 대학 수학능력시험에도 축소반영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 이후 풍선효과 등으로 수학 사교육 광풍은 장기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공개된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박혜연씨의 석사논문‘사교육 참여 여부 및 사교육 참여시간이 성적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고교1~3학년 동안 국어, 수학, 영어의 사교육 참여율 중 수학이 가장 높았다. 논문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실시한 한국교육고용패널 조사 자료 중 2004년 2,000명의 중3 학생들의 고1~고3 사교육 경험사례를 발췌ㆍ분석했다.
학년별로 사교육 경험자 수는 달랐지만, 과목별 사교육 참여율은 수학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1의 경우 수학과목 사교육 참여율은 84.7%로, 국어 58.4%와 영어 77.9%보다 높았다. 고2 때도 수학 사교육 참여율이 77.9%로 국어(50.4%)와 영어(67.5%)를 크게 웃돌았고, 수능을 치르는 고3이 되어서도 수학 사교육 참여율이 63.7%로 국어(56.7%)와 영어(61.7%)를 제쳤다. 박혜연씨는 논문에서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전 학년에 걸쳐 수학, 영어, 국어 순으로 나타나 고등학생이 수학 사교육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분석했다.
수학은 상위권의 경우 끝까지 사교육을 놓지 못하고, 하위권은 쉽게 포기해버리는‘극과 극’의 과목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2008학년도 수능 수리영역에서 상위권(1~4등급)성적을 거둔 학생 492명을 조사한 결과, 84.3%(415명)가 고교 3학년 때까지 수학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어영역 상위권 학생 530명 중 67,8%(352명)가, 외국어영역 상위권 551명 중 59.7%(338명)가 고3 때까지 해당 과목 사교육을 받은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끝까지 사교육을 놓지 않은 과목이 수학이라는 의미다.
반면 같은 해 수능에서 수리 영역 하위권(6~9등급) 성적을 거둔 학생들 365명 가운데 고교 3학년까지 수학 사교육을 받은 학생은 47.9%에 불과했다.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 하위권 학생 각각 54.2%와 58.7%가 3학년 때까지 사교육을 받은 것보다 낮다. 하위권은 단기간에 추격이 어려운 수학을 제쳐두고, 다른 과목에 집중한다는 해석이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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