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시각성 제대로 인식 못해
사고 이틀 후 현장에 조사단 파견
靑보고·보복조치 적기 놓쳐
언론 플레이만 몰두 '빈축'사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우리측 조사결과에 대해 “그렇게 단정할 수 없다”며 어깃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국방부는 폭발 이틀 후에야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해 늑장 대응을 자초했다. 이처럼 손발이 맞지 않는 사이 군 당국이 언론 플레이에 주력하면서 청와대 보고와 대북 보복조치 등 신속한 대응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중한 군정위 태도에 청와대 보고 지연
군 관계자는 13일 “유엔사 군정위는 당초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했다’는 우리측 조사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그 결과 이틀 정도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며 “북한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군정위를 설득하는데 사활을 걸다 보니 대응조치가 순차적으로 늦어진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군정위는 남북 양측에서 정전협정 관련 사안을 감시하는 기구로 남측의 경우 수석대표인 한국군 소장을 포함해 미국 한국 영국 유엔참전국 장교 각 1명씩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군정위 조사단은 폭발사고 이틀 후인 6일 지뢰매설 현장을 찾았다. 군정위는 DMZ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를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즉각 개입하지 않고 북한의 추가 도발 등 사고 이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성을 감안해 이틀간 상황을 관망했다. 군정위는 같은 날 현장에 투입된 우리측 중앙합동조사단과 별개로 조사를 벌이면서 ‘북한이 매설한 지뢰’라는 조사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정위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호우에 따른 유실이나 우리측 지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군정위가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국방부는 8일에서야 ‘북한이 매설한 지뢰’라는 최종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할 수 있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 1주일 이상 질질 끌던 것에 비하면 군정위가 그나마 신속하게 조사에 참여한 셈”이라며 “그러나 하루빨리 북한의 소행을 밝히고 자위권 차원의 대응에 나서야 했던 우리측과는 눈높이가 너무나 달랐다”고 말했다.
중앙조사단 지연 파견 등 국방부도 실기(失期)
국방부의 대응도 미적지근했다. DMZ에서의 지뢰폭발로 하사 2명의 하체가 절단되는 엄중한 사태인데도 폭발 이틀 후에야 중앙조사단을 파견했다. 그 사이 해당 군단과 사단의 조사단이 이틀간 조사를 벌였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목함지뢰가 폭발했다’고 밝히는데 그쳤다. 정작 중요한 북한의 매설 여부를 판명할 고도의 기술적 분석은 중앙조사단이 투입되고 나서야 진행된 것이다.
우리측 중앙조사단의 파견이 늦어지다 보니 유엔사 군정위의 현장조사가 지체된 측면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고 당일 바로 중앙조사단을 투입했어야 하는데 국방부와 합참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면서 “현장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방부가 느슨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10일에서야 한미 양국의 합동 조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 국방부는 그제서야 혹독한 대가를 운운하며 강력한 대북 보복을 강조했지만 이미 폭발사고 6일이 지난 ‘뒷북대응’이었다. 이와 달리 군사 2급비밀이라 절대 공개할 수 없다던 열감시장비(TOD) 영상을 전격 공개해 폭발 당시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수색대원들의 인터뷰를 끝내 강행하는 등 여론대응에는 발 빠르게 움직여 빈축을 샀다.
이를 두고 “군 당국이 지휘부의 책임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혈안이 돼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국민들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고 해명했지만 어떤 연유로 당초의 비공개 입장을 바꿨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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