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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장환율 존중" 명분 평가절하 계속 땐 신뢰 회복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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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장환율 존중" 명분 평가절하 계속 땐 신뢰 회복 역행

입력
2015.08.1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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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정말 고평가 됐었나

시장 신뢰 회복될까, 저하될까

中이 말하는 '시장환율' 실체는

불과 며칠 사이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뒤바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두고 갖가지 해석과 뒷말이 무성하다. 치밀한 계산과 술수가 판치는 국제금융 무대에서 “시장환율과의 괴리를 줄이려 했다”는 중국 당국의 설명을 순진하게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이미 벌어진 충격과는 별개로, 앞으로 사태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이번 조치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위안화, 고평가냐 저평가냐

중국 인민은행이 이번에 사흘 연속 고시환율을 대폭 인상(평가절하)한 건, 그간 위안화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돼 있었다는 중국 당국의 인식을 드러낸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앞으로는 기준환율을 주요국 환율과 전날 시장환율 종가를 모두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외형상은, 시장환율과 동떨어진 기준환율을 시장에 맞추겠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선진국들에게 중국은 지난 10여년간 ‘환율조작’의 대명사였다. 미국 정부는 틈날 때마다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를 저평가해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이런 비난은 올 들어 크게 잦아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위안화가 더 이상 저평가돼 있지 않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실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본 엔화(12.1%)와 유로화(9.2%)의 최근 1년간 실질실효환율은 크게 상승(평가절하)한 반면, 위안화는 14%나 절상됐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위안화의 고ㆍ저평가에 대한 판단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달러화가 강세를 띤 올해 들어서는 시장의 평가보다 위안화 가치가 높게 관리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강달러가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 역내 외환시장의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중국 당국의 고시환율보다 1.8~2.0% 가량 높았다. 적어도 최근에는 인민은행의 주장처럼 위안화가 시장 평가보다 고평가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엇갈린 반응… 시장 신뢰 저하냐 회복이냐

중국의 조치를 두고 국제 사회의 반응은 적잖이 엇갈린다. “중국이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다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미국 정계와 기업들의 원색적 비난과 달리, 미국 재무부는 “중국이 시장 변동환율 제도에 가까워지려는 행보”라며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내놓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 술 더 떠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반기기까지 했다.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문제를 끝없이 문제 삼던 과거에 비추면 언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번 조치가 중국이 목매고 있는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에 긍정적인지 여부를 두고도 해석은 엇갈린다. 그간 위안화 강세가 SDR 편입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 달러 강세 흐름에도 불구, 고시환율을 일정 수준에서 유지해 왔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하지만 IMF가 위안화 편입 결정을 내년으로 연기하자, 이번에는 SDR 편입을 위해 ‘시장환율과의 조화’라는 명분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보다는 신뢰 저하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외환시장 고위 관계자는 “자유환율 제도에 초점을 맞춘 미국 정부의 반응을 잘 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 결정방식을 시장 기준으로 바꿔 올 들어 감수했던 환율격차의 부담을 터는 선까지는 용인하겠지만, 인위적인 평가절하 지속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중국이 시장친화적 제도개선을 통해 (자유환율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미국과의 무역분쟁, 시장환율 개입 유혹 등은 중국이 해결해야 할 까다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사흘째 위안화 가치를 내린 13일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사흘째 위안화 가치를 내린 13일 상하이의 한 증권사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인민은행이 말하는 시장환율은?

결국 관심은 향후 중국 당국의 환율결정 수위에 쏠린다. 중국의 평가절하 행진이 거듭되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10%까지 절하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시장환율에 맞추겠다”는 선언과 별개로, 여전히 중국 당국이 자신의 의지대로 환율을 조정할 거라고 보는 셈이다.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었다. 12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이 장중 한때 당국의 고시환율(6.3306위안)보다 훨씬 높은 6.451위안까지 급등하자 인민은행은 곧바로 시장에 개입해 시장환율을 6.3870위안까지 낮췄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 고시환율을 다시 6.4010위안으로 높여 일종의 ‘시장환율 컨트롤’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 당국은 “시장환율을 고려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이를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중국 당국이 지금처럼 고시환율 제시를 통해 시장환율에 영향을 끼치는 구조에선 결국 시장환율을 고려하면서도 충분히 환율 흐름 조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겉으로는 시장환율을 말하지만,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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