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14명 포함 220만명, 광복절 특사·감형·복권
김승연·구본상 제외… 정치인도
4대강 담합업체 제재 해제
"경제질서 교란 방조" 지적도
정부가 광복 70주년 8ㆍ15를 맞아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해 6,527명에게 특별사면ㆍ감형ㆍ복권을 단행했다. 가석방ㆍ행정제재 감면 등까지 합치면 총 221만7,751명이 혜택을 입었다. 현 정부 두 번째인 이번 특사에서 정치인과 뇌물비리 사범은 제외됐다. 최 회장은 두 번째 특사인데다, 4대강 사업 등 담합으로 공공입찰이 제한됐던 건설사들도 무더기로 제재가 풀려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사면안을 확정, 14일 0시 기준으로 단행했다. 김현웅 법무장관은 “청와대에서 사면 명단이 내려오지 않은 첫 사면이며, 대통령의 평소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졌다”는 취지로 국무회의에서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특사 대상에는 최 회장, 김현중 전 한화그룹 부회장, 홍동욱 전 한화그룹 여천NCC 대표이사 등이 포함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 당초 사면대상으로 검토됐던 재벌총수는 빠졌다. 재계에서는 김 전 부회장, 홍 전 대표가 고령으로 경영에 복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 회장을 위한 ‘원포인트 특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경제인 사면 기준과 관련해 최근 6개월 내 형 확정자, 형 집행율이 부족한 자, 현 정부 출범 후 비리사범 등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면 전력이 고려 요소였다”며 “사면 전력이 두 번 있는 분보다 한번 있는 분이 더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2번의 특사를 받았고 최 회장은 1번의 특사를 받았다. 14명의 경제인 특사자 중 11명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8년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되자마자 그 해 8ㆍ15 특별사면을 받았다. 불과 2개월 후부터 회삿돈을 끌어다 불법 개인 선물투자에 쓴 혐의가 뒤늦게 적발돼 징역 4년을 선고 받았으나 이번 특사로 형기를 다 채우지 않고 교도소 밖으로 나오게 됐다. 앞서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두 차례 특사를 받아 논란을 빚었던 것을 감안하면 특혜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 4대강 사업 등 주요 공공사업에서 담합행위로 사법처리 돼 공공입찰이 제한된 건설사 2,008곳이 무더기로 제재가 면제돼 정부가 시장경제질서 교란을 방조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담합에 연루된 건설기술자 192명의 업무정지 및 자격정지도 해제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사면 횟수가 한 번이면 포함하고 두 번이면 배제한다는 것은 일반국민들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은 “배임ㆍ입찰답합ㆍ횡령 등 경제질서를 흐리는 경제인들에게 법이 엄격하게 집행돼야 하고, 이 같은 문제인식으로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인 사면에 부정적 입장을 표시했던 것인데, 이번 특사는 정부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을 깬 것”이라며 “경제인 사면이 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은 단순 추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음주운전의 경우도 초범은 특별감면 대상이 됐다. 법무부는 2회 이상 음주운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유발자, 음주측정 불응자는 감면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주요 조치별 인원은 ▦형사범(경제인 포함) 특사ㆍ감형ㆍ복권 6,422명 ▦불우 수형자 특사ㆍ감형 105명 ▦모범수ㆍ서민 생계형 수형자 가석방 588명 ▦모범 소년원생 임시퇴원 62명 ▦서민 생계형 보호관찰대상자 임시해제 3,650명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 220만925명 ▦건설분야 행정제재 특별감면 2,200개사 ▦소프트웨어 업체 입찰참가제한 특별감면 100개사 ▦영세 운송사업자 및 생계형 자가용 유상운송자 행정제재 특별감면 43개사 ▦생계형 어업인 행정제재 특별감면 3,506명 ▦개업 공인중개사 업무정지 처분 면제 150명 등이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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