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무라야마 담화 이끌어내
극우세력에 '날조 기자' 공격받기도
"아베, 亞 국가와 화해 잊으면 안 돼"
“저에 대한 공격은 용기를 내고 증언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을 훼손시키는 일이란 걸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 1991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최초로 보도했다가 일본 극우세력으로부터 각종 협박을 받고 있는 전 아사히신문 기자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ㆍ57)씨가 한국을 방문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그의 보도가 나가고 3일 뒤인 8월 14일에 김학순 할머니가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피해 사실을 세계 최초로 공개 증언했다.
우에무라씨는 기자회견에서 먼저 역사를 외면하려는 일본 내 일부 움직임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김 할머니의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되고 일본에서는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가, 1995년에는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됐다”며 “아시아국가들과 화해를 위한 초석이 마련된 것인데 지금 이 담화들을 재검토하고 유명무실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국민 대다수가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바라고 있다”며 “이번에 아베 총리가 어떤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더라도 일본 내에서는 이러한 국민적인 인식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이 7월 하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과에 대한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55%였다.
우에무라씨는 일부 우익세력이 그를 ‘위안부 날조 기자’라고 몰아세우는 데 대해 24년 전 자신이 썼던 기사를 스크랩해와 읽어주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신대’와 ‘위안부’개념을 혼동했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에는 위안부를 지칭하는 말로 정신대를 썼고, 다른 언론도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세력의 협박과 항의로 현재 시간강사로 있는 대학에서 임용이 취소될 뻔도 했다. 일본에서 팔리고 있는 혐한(嫌韓) 만화에 그를 직접 비난하는 내용이 등장해 늘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
우에무라씨는 1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전쟁과 폭력의 시대, 여성을 다시 생각하다’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해 1990년대부터 일본 언론들의 ‘위안부’ 보도 태도, 일본 정부와 언론의 역사왜곡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 심포지엄에는 알렉시스 더든(미국 코네티컷대) 나카노 도시오(도쿄외국어대) 정진성(서울대) 교수 등도 발표한다.
우에무라씨는 다음 날 김학순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 성묘도 할 예정이다. 우에무라씨는 와세다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아사히신문에 입사해 지난해 3월까지 신문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삿포로의 호쿠세이가쿠인대에서 시간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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