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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화학물질 창고, 소방관 진입 순간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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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화학물질 창고, 소방관 진입 순간 "꽝"

입력
2015.08.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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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폭발에 소방관 12명 희생

부상자 500여명 중 중상자 52명

화염 인공위성서도 선명하게 포착

톈진시 탕구항 물류 창고에서 시작된 폭발로 13일 새벽까지 인근 야적장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톈진=신화 연합뉴스
톈진시 탕구항 물류 창고에서 시작된 폭발로 13일 새벽까지 인근 야적장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톈진=신화 연합뉴스

“처음 도착한 최소 19명의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으로 진입한 순간 곧 바로 폭발이 일어났어요. 돌아온 이는 거의 없었죠.”

12일 밤 중국 톈진(天津)시 탕구(塘沽)항 폭발 화재 현장에 투입된 한 소방관은 동료 소방관을 눈 앞에서 잃은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유독 화학물질들이 야적되어 있는 탕구항의 물류 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12일 밤 10시50분. 톈진소방대 소속 9개 소방중대가 소방차 35대에 나눠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오후 11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대형 폭발이 일어났고 13일 오후 3시에도 폭발이 발생했다. 이 화재와 폭발로 소방대원 12명을 포함 모두 44명이 사망했다. 또 부상 521명 중 52명이 중상자여서 추가 희생자가 우려된다. 특히 실종도 최소 2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부 매체에선 실종 상태인 소방관만 36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13일 새벽 중국 톈진시 시민들이 폭발로 인해 발생한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기 위해 호흡기를 손수건 등으로 막은 채 긴급히 안전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 톈진=AP 연합뉴스
13일 새벽 중국 톈진시 시민들이 폭발로 인해 발생한 유독가스를 마시지 않기 위해 호흡기를 손수건 등으로 막은 채 긴급히 안전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 톈진=AP 연합뉴스

소방관의 희생이 컸던 것은 당시 폭발을 예상하지 못한 채 화재 진압 작업이 강행됐던 데다 폭발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이다. 중국지진센터는 “첫 폭발은 3톤, 두 번째 폭발은 21톤의 TNT가 폭발한 강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규모 2.9의 지진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폭발로 인한 화염은 인공위성에서도 선명하게 촬영될 정도였다.

소방관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불길을 잡기 위한 사투는 밤새도록 이어졌다. 한 소방관은 현장 출동명령을 받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지금 현장으로 가고 있어,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우리 아버지는 네 아버지인 걸로 하자, 어머니 성묘도 기억해 줘”라는 문자를 동료에게 보냈다. 웨이신(微信ㆍ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받은 동료는 “좋아, 네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야, 조심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13일 중국 인터넷에서 확산돼 많은 사람의 눈물을 자아냈는데, 다행히 두 사람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은 탕구항 부두에 있었던 루이하이(瑞海)라는 물류회사의 위험물 적재 창고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 곳엔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 탄화칼슘, 칼슘실리콘합금 등 폭발하기 쉽고 독성을 띤 화학물질들이 보관돼 있었다. 폭발은 13일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불길도 잡히지 않았다.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나트륨 등이 공기와 바다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인근 부두에 보관 중이던 차량 1,000여대도 불에 탔고, 차곡차곡 쌓여있던 컨테이너들도 모두 무너졌다. 폭발의 충격은 10여㎞ 밖까지 전해져 주택 창문들이 부서졌다.

중국 언론들은 당국의 안전 불감증과 늑장 대응 등을 질타했다. 신경보는 사고 현장이 중국 북부에서 가장 큰 화공물질 창고였는데도 사고 대비책은 미흡했었다고 지적했다. 또 유독 가스가 새 나왔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시민들이 대피하는 등 큰 혼란이 벌어지는데도 당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선 대형 안전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부터 2014년 11월까지 중국 산업 현장에선 모두 58만건에 가까운 안전사고가 발생, 12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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