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책을 한 권 받았다. 발간날짜가 광복 70주년에 맞춰 2015년 8월15일로 되어있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이 쓴 390쪽짜리. 제목은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도서출판 만권당). 이 소장은 한국일보에 고정칼럼 이덕일의 천고사설(遷固僿設)을 연재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지도가 대한민국에 묻는 것, 북한 강역을 중국에 넘긴 사람들, 한사군(漢四郡)이 한국사의 축복이라는 사람들 등 7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독도는 일부러 지운 것이다’는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47억여 원의 국민세금으로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들었다. 60여명의 학자들이 모여 2008년부터 제작했다고 한다. 독도 관련 내용만 보자. ‘신라의 팽창 551~600년’에서 고려, 조선을 거쳐 ‘식민지시기 조선의 행정구역-경상도(2) 1914~1944년’에 이르기까지 100여장의 지도에서 독도는 일관되게 누락돼 있다. 울릉도 주변을 확대해 별도로 그린 상세지도도 마찬가지다. 울릉도의 남ㆍ북ㆍ서면과 인근 섬들까지 상세하게 그려 넣었지만 유독 독도만 빠져있다.
▦올해 4월 국회에서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 관련 논의를 위해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가 열렸다. 여야 의원 17명,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특위에서 동북아역사재단 측은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독도 부분이 잘못 잘려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독도 문제는 사시사철 단골 이슈였는데, 60여명의 역사학자들이 8년 넘게 검토ㆍ제작했다는 역사지도에서 ‘잘못 잘렸다’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 책은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고의라고 주장한다.
▦이 소장은 한국일보 칼럼 독도 도발, 일본이 믿는 구석(올 4월 8일자)에서 “일본이 지금까지 독도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 일본은 패전 후에도 한국 내의 식민학자들을 관리하는 학문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중략)우리는 독립국가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 국내의 이런 매국적 경향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에 항의해봐야 일본은 속으로 비웃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고 썼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광복절을 맞아 우선 ‘사라진 독도’ 부분이라도 공개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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