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해 안보컨트롤타워의 혼선과 늑장 대응에 이어 군 수뇌부의 부적절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청와대 보고 태만으로, 최윤희 합참의장은 폭탄주 회식으로 무능ㆍ무책임 논란에 휩싸였다. 군 최고 지휘라인의 역량이 한심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 의장은 지뢰 도발 사건이 일어난 하루 뒤인 5일 저녁 부하 직원들과 폭탄주 회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최 의장은 서울 용산의 한 음식점에서 공보실 직원 9명과 함께 식사와 음주를 했다. 합참은 “최 의장은 맥주 2~3잔을 마셨을 뿐 전혀 취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주량에 따라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며 폭탄주 회식을 간접 시인했다. 최 의장이 회식을 가진 5일은 지뢰 폭발이 북한의 도발로 추정된다는 1차 현장조사 결과가 청와대에 보고된 시점이었다. 맥주냐, 폭탄주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군 작전의 최고 지휘자인 합참의장이 비상 상황에 한가하게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다. 안보 대처는 신속성과 최악의 상황 대비가 기본인데 합참의장이 회식을 하고 있었으니 적절한 대응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한 장관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4일 오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했고, 그런 사실이 다 보고됐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청와대에 언제 보고했느냐”고 추궁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이 “국방부가 4일 보고한 내용은 ‘비무장지대에서 미상의 폭발 사고에 의해 부상자 2명 발생’이었고, 북한 도발 추정 보고는 5일 오후”라고 하자 국방부는“(한 장관이)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런 중대 사안 보고에 실수가 있었다면 자질이 의심스럽고, 청와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둘러댄 거라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한 장관은 사건 이후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한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대면보고 기피 문제와는 별개로, 국방부 장관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게만 보고하고 손 놓고 있다시피 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군 수뇌부가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으면서 장병들에게 단호한 대처를 주문한들 영이 제대로 설리 없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이상의 전 합참의장이 폭탄주를 마신 상태에서 작전을 지휘해 군복을 벗은 바 있다. 북한의 도발로 부하들이 중상을 입은 엄중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군 수뇌부는 그때에 못지 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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