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이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전범을 심판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과 연합국군총사령부(GHQ)의 점령정책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14일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뒤, 전후 체제를 부정하고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를 왜곡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경우 국제적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핵심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조회장은 도쿄재판 등을 검증하는 기구를 곧 당내에 발족한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도쿄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을 일본인 스스로 확실하게 검증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 미래에 교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쿄재판은 종전 다음해인 1946년 개정했으며 재판부는 1948년 11월12일 피고인 25명에게 유죄판결을 내린바 있다. 당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7명에게 교수형, 16명에게 종신금고형, 1명에게 금고 20년, 다른 1명에게 금고 7년이 각각 선고됐다. 도쿄재판과 관해선 전쟁 당시엔 없었던 형벌규정으로 피고인을 처벌한 것이 법의 소급적용이란 논란이 있었다. 일본은 도쿄재판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고 다음해 독립국 지위를 회복했다.
자민당은 ‘반성할 것은 반성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기구 발족을 추진하고 있으나, 패전국 일본이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전제가 된 도쿄재판을 검증한다는 발상 자체가 역사 수정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주요 당직을 거친 한 의원은 “총리관저 주변에서 괜찮다고 생각해도 역효과를 내는 일이 종종 있다”며 “전후 체제 부정은 미일관계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비판했다. 다른 당직자는 “상당히 조심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오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자민당 전체가 역사수정주의에 편향돼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베 총리 역시 도쿄재판 결과에 따른 전범 처벌이 “(일본) 국내법을 토대로 내려진 형(刑)은 아니다”라거나 “연합국 측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고 밝히는 등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친바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