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광산 개발하고 한국인 노역시켜
일제강점기 일본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군수자재로 쓰기 위해 한국에서 석면 광산을 개발하거나 일본의 석면광산에 한국인을 강제 징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광복 70년을 계기로 돌아본 한일관계와 석면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1920~1940년 충북 제천, 충남 홍성, 강원 영월 등 남한에 36곳, 북한에 10곳의 석면 광산을 개발했다. 당시 충남 광천에 거주했던 석면폐1급 환자 정지열(73) 전국석면피해자와가족협회 위원장은 “일제강점기 때 광천광산에만 1,500여명의 한국인이 동원됐었다”며 “석면에 단열효과가 있어 비행기ㆍ차량ㆍ군함 엔진 단열재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당시‘중요광물 비상증산 강조기간’을 설정, 강제 징용한 한국인들을 한국 각지와 일본 오사카 센난ㆍ한난 지역의 석면 광산 노역에 동원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시작되자 내선일체를 내세워 오사카에 거주하던 40만 명의 한국인을 석면방직공장과 군함을 만드는 군수시설에서 일하도록 했다.
석면과의 악연은 해방 이후에도 계속 됐다. 1971년에는 일본 최대 석면 공장인 ‘니치아스(현 제일E&S)’가 부산으로 석면공장을 이전했다. 이곳에서 일하다가 1994년 폐를 둘러싼 막에 종양이 생기는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한 여성 노동자는 국내 최초 석면 피해자로 기록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침투한 뒤 폐암 등을 일으킨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석면팀장은 “국내 석면 피해는 일제 때부터 시작됐다”며 “일제의 석면 광산 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은 만큼 일본 정부는 한국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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