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계기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주둔지 중국에서 중국국민당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개최한 ‘동아시아에서 항일투쟁의 전개와 역사적 위상’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자오이(趙藝)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연구원은 “독립운동지도자 김구 선생의 계획으로 추진된 윤봉길 의사의 의거 이후 냉소적이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임시정부와 중국공산당은 사상과 의식 차이가 뚜렷했지만, 항일의 문제만큼은 이견을 미뤄두고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날 학회는 항일투쟁의 역사를 공유한 아시아 학자들이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동아시아 전역의 투쟁 정신을 되새긴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자오이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1930년 “상하이에 한국의 혁명정부가 수립된 것은 우스운 일로, 한국혁명군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단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임시정부를 비판했다. 미국에 의지한다며 임시정부의 국제회의 참석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의사의 의거를 당 기관지들이 상세히 보도하고 기리는 과정에서 태도가 급변했다. 임시정부 활동을 환영하고, 김구 선생의 지도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대내외에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의거 이후 ▦당 기관지들이 임시정부의 입장과 지지 담화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카이로선언 이후 공식 축하 인사를 보낸 점 ▦해방 이후 환송연을 연 정황도 나왔다. 윤 의사의 의거가 임시정부의 중국 내 영향력 확대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자오이 연구원은 “중국에서 임시정부는 한인을 대표하는 유일하고 통일된 정부로 대내외에 보도됐다”며 “한중 양국이 함께 침략자에 저항하고 반격한 역사는 양국의 돈독한 우의의 기반을 마련하며 아시아 민족해방사의 한 장면으로 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휘탁 한경대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던 부분으로 향후 더 앞선 시기와 비공개 문건에 대한 분석도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필리핀, 대만, 베트남에서의 항일투쟁 연구 소개도 이어졌으며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팜쿠옥스 하노이 메트토폴리탄대 교수는 “일본 파시즘 부활의 위험이 여전히 아시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일본이 다시 끈 풀린 맹수가 되지 않도록 태평양 국가들이 단단히 감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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