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급진적 경제공약으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 1위
힐러리 경쟁 주자로 떠올라
'월경' 발언 트럼프 인기 지속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초반 판도가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변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각 진영의 선두로 치고 나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또 후보끼리 천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그에 맞춰 선거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
13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며 양당 모두 초기 경선이 예측불허다.
민주당의 경우 샌더스 의원이 급진적 경제공약으로 군중 몰이에 성공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세론’을 불식시키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클린턴 전 장관의 우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내년 1월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첫 선거가 열려 의미가 깊은 뉴햄프셔주 민주당 지지자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이 44%의 지지를 얻어 37%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샌더스 의원은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규정하며 부의 재분배, 무상교육 등 진보적 법안 만들기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금융과 조세개혁,보편의료 등의 공약을 내걸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열기가 지속되면서, 다른 후보 사이의 희비가 트럼프 때문에 엇갈리는 형국이다. 트럼프는 첫 TV 토론(6일)에서 자신의 여성비하 발언을 문제 삼은 여성 진행자(메긴 켈리)에 대해 ‘생리’를 암시하는 발언으로 공격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지지율이 계속 상승했다. 반면 트럼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부시 전 지사는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언쟁을 벌였던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은 도박 사이트가 평가하는 최종 주자 낙점 순위가 두 계단(7위→9위)이나 미끄러졌다.
반면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을 매섭게 몰아붙인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는 인기가 급상승했다. 첫 TV 토론에서는 상위 10위에 들지 못해 군소후보 7명을 대상으로 한 마이너리그에서 토론을 벌여야 했지만, 소신 발언과 명쾌한 답변으로 단번에 선두권으로 부상했다. 도박사들이 평가한 공화당 최종 후보 낙점 가능성도 50대1에서 최근에는 23대1로 대폭 높아졌다.
후보간 천적ㆍ앙숙관계도 드러나고 있다. 당초 공격 포인트를 민주당의 힐러리 전 장관에 맞췄던 피오리나 후보는 최근 트럼프를 주력 공략대상으로 바꿨다. 뉴욕타임스는 “피오리나가 공화당 진영에서 트럼프를 때려 잡는 무기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1차 토론회에서 트럼프의 뻔뻔스런 언변에 타격을 입은 폴 의원은 트럼프에 앙갚음을 하려는 듯 자신이 트럼프를 곤경에 빠뜨리는 듯한 내용으로 편집한 토론회 영상을 인터넷 정치광고로 내보내고 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도 트럼프를 지목했다. 당내 지지율 1위이지만 결국은 공화당 후보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그가 무소속 출마를 선택할 경우 공화ㆍ민주 양당의 득표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킬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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