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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속엔 한일 우정의 역사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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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속엔 한일 우정의 역사 담겨 있죠

입력
2015.08.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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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고 있는 무라야마 도시오씨. 무라야마 도시오 제공
라면 먹고 있는 무라야마 도시오씨. 무라야마 도시오 제공

“일본 라멘도 좋아하지만 한국 라면도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 라면을 먹으면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침에 먹는 걸 더 좋아합니다.”

일본 교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무라야마 도시오(62)씨는 아직도 30년 전 서울 와서 먹은 라면 맛을 잊지 못한다. 인스턴트 라면을 식당에서 판다는 사실에 놀랐고 목을 찌르듯 매운 맛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후로 라면을 먹으며 묘하게 한국과 일본이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현대사에서 라면이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한 역사를 살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출간된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21세기북스 발행)이다.

‘한국인의 영혼을 가진 일본인’이라 자부하는 무라야마씨를 지난 6일 전화로 만났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 아내와 사는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30년 전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부족함을 느껴 유학을 떠났다”며 “그때부터 한국 라면을 즐겨 먹고 있다”고 말했다.

무라야마씨는 좋아하는 한국 라면으로 “삼양라면”에 이어 “안성탕면, 너구리, 일품짜장면”을 꼽았다. 무라야마 도시오 제공
무라야마씨는 좋아하는 한국 라면으로 “삼양라면”에 이어 “안성탕면, 너구리, 일품짜장면”을 꼽았다. 무라야마 도시오 제공

그가 한국과 일본의 라면 외교에 관심 가진 건 몇 년 전 우연히 삼양식품 홈페이지 웹툰을 보면서다.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 일본 묘조식품의 오쿠이 기요스미 사장과 제휴해 한국에서 처음 라면을 출시한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30년 전 그가 서울에서 즐겨 찾던 라면 전문점도 삼양식품에서 운영하던 곳이었다.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은 오쿠이 사장과 전 회장의 라면 인생을 나란히 추적하며 두 사람이 만나 손을 잡는 순간 방점을 찍는다. 라면을 통해 풀어내는 한일 현대사가 흥미롭고 두 사람의 교감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책에 따르면 시행착오 끝에 라면 제조 기술을 갖춘 오쿠이 사장은 국민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 싶다는 전 회장의 말에 흔쾌히 기술 지원을 약속했고 회사 몰래 스프 배합 비밀까지 전수해줬다. 무라야마씨는 “오쿠이 사장은 한국전쟁 특수로 일본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무상 기술제휴를 결정했다고 한다”며 “회사나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적인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두 사람 사이에 통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무라야마씨가 한국에 대한 책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4년과 2008년 일본을 방문한 배우 안성기씨의 통역을 했던 인연으로 2011년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를 냈다. 그는 “처음 안성기씨를 만났을 때 ‘이렇게 좋은 분이 있구나’라고 느꼈는데 14년 뒤 다시 만나니 운명 같은 느낌이 들어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관련 책을 쓰는 건 한일이 비록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교류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일 수교 50주년입니다. 정치 갈등이 남아 있지만 그걸 떠나 한일이 어떻게 교류하며 잘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 회장과 오쿠이 사장이 우정을 나눈 것처럼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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