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명성황후 시해에 대해 일본 공사관에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기록이 나왔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분석한 러시아 문서 ‘1898년 전후 한국에 대한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13일 밝혔다. 이 문서는 1903년 고종 즉위 40주년을 맞아 사절로 조선을 찾은 카를 베베르 러시아 특명전권공사가 본국에 보내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당시 조선의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베베르 공사는 보고서에서 “유감스럽게도 이 시기(아관파천 전후) 조선에서 불법으로 사업을 하던 일본인 약 40명이 살해당했다”며 “일본 공사관에서 일본인들(의 피해)에 대해 금전적으로 배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려고 했다”고 적고 있다.
이어 “하지만 한국 정부(고종)는 내(베베르) 충고에 따라, (일본 측에) 명성황후의 살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달하자 일본공사관은 그것을 포기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고종이 명성황후 시해범 책임자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배상까지 요구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김 연구위원은 “당시 러시아 문서 등에는 베베르의 눈에 비친 조선의 상황과 명성황후 생존설이 비롯된 배경 등을 유추하게 하는 기록이 많다”며 “추가적인 분석, 해석을 통해 당시 한국, 러시아, 일본의 관계를 규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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