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교회가 싸워야 할 최우선 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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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교회가 싸워야 할 최우선 악인가

입력
2015.08.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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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 '성소수자 차별' 공론화

9,10월 중 신학 토론회 잇달아

근본주의적 성서 해석 문제점 논의

올해 6월 제16회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인근에서 개신교 단체 회원 등이 ‘동성애 동성혼 반대’집회를 하고 있다. 울타리 밖에서는 한 시민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옷을 두른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을 들고 반대 집회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성애ㆍ양성애는 교회가 싸워야 할 ‘악’인가.

다수의 한국 교회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는 근본진리처럼 여겨져 온 ‘동성애 반대’가 도마 위에 오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9~10월 중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관련 신학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교회협은 구체 일정을 논의 중이며, 토론회에서는 ▲성서를 어떻게 해석 할 것인가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 교회의 태도는 정당한가 등 다양한 논제가 거론될 계획이다. 광주기독교연합회도 다음달 7일 같은 주제의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개신교단 내에서 ‘교회의 성소수자 비판’에 대한 토론회가 마련되는 것은 처음이다.

그간 개신교 단체들은 ‘퀴어 문화 축제’ 등 각종 행사에서 맞불집회를 통해 “천륜과 가정행복을 파괴하며 질병을 일으킨다”며 성소수자 비판에 앞장섰다. 한국교회연합ㆍ한국기독교총연합회ㆍ한국장로교총연합회ㆍ한국교회언론회ㆍ미래목회포럼 등 교단 5대 기관은 올해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를 출범해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에 반대하는 탄원을 제기하는 등 강력대응에 나섰다. 이런 행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은 교단 일각의 극히 소수의견으로 머물러 왔지만, 잇달아 관련 토론회가 열리면서 ‘교회의 성소수자 비판’ 문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경은 어떻게 말하는가'

성경이 동성애 등을 직간접적으로 금한다는 것은 상당기간 범그리스도교에서 이견 없는 해석으로 인식됐다. 이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레위기 18장22절), “여자는 남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요 남자는 여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라”(신명기 22장5절) 등의 기록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이를 문자주의적, 근본주의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여타 구절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에 비춰 모순적이라고 주장한다. 고상균 향린교회 목사는 “비늘이 없는 물고기나 피를 먹지 마라, 이혼해선 안 된다는 구절을 문자적으로 따르려면 오징어, 순대, 선지를 먹는 행위, 이혼하고도 목사로 교회를 이끄는 일 등이 모두 죄악”이라며 “특정한 집단을 혐오하기 위해 성서를 도구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신학박사는 “성서의 해석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로 이렇다 저렇다 쉽게 답을 내려 타인에게 강압하는 것 자체가 성서를 이용하는 위험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영미권에서는 다양한 재해석이 시도되고 있으며, 2007년에는 퀴어신학의 주석서(‘The Queer Bible Commentary’)가 출간됐다는 지적이다.

'왜 성소수자들에 집중하나'

또 다른 쟁점은 동성애 등을 죄로 이해하는 종교인들의 신념을 수용하더라도, 이 문제가 과연 교회가 가장 우선해 싸워야 할 죄악이냐는 문제다.

수도권의 한 목사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이며,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말라는 뜻을 거역하는 부동산 투기, 이윤에 대한 맹목적 추구에는 눈감으며, 집단적으로 나서 개인의 성 윤리 문제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대윤리 대신 소윤리에 집착하는 태도”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낯설다 못해 불편해 하는 것, 또 마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앞에 두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냐’며 불안심리를 보이는 것은 교회가 부추겨온 말세 코드와도 맞닿아있다”며 “모든 인간이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끊임 없이 고민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왜 유독...'

유독 도드라진 한국 교회의 성소수자 비판 행보에 그리스도교 전체가 비판 받는 상황을 방치해야 하느냐는 점도 논쟁거리다. 교회협 소속 한 목사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 사회의 여론 속에서 개신교는 누구나 욕해도 좋은 집단처럼 취급 받아 왔는데, 교회가 성소수자에 대해 마치 남들과 같이 미워할 수 있는 희생양을 드디어 찾았다는 듯 행동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처음 시도된 2007년을 전후로 비판 행보가 과격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상균 목사는 “공공 장소에서 동성애 비판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설교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교회계열 사립학교에서도 이를 가르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보수 교회들이 동성애를 반드시 타도해야 할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본래 교회가 추구하고자 했던 지혜를 회복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몇 번의 토론회들을 통해 동성애를 죄로 보는 다수 인식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른 생각을 가졌지만 묵묵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목회자, 신학자들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씩 논의의 물꼬를 트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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