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7조 마련엔 문제 없을 듯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밝히면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증시 상장을 통해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을 줄이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연말까지 순환출자구조의 80%를 해소해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 체제로 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계 및 증권가에서 보는 롯데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3가지다. 호텔롯데의 단독 지주사 체제와 호텔롯데 및 롯데쇼핑 합병 후 지주사와 사업회사 분리,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제과 3사 합병 등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단독 지주사 체제는 오너들의 간접 지분이 높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인 일본 L투자회사 및 광윤사를 오너 일가가 통제하는 점이 단독 지주사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지주사가 자회사의 최소 지분(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 보유)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은 내년쯤 가능할 것”이라며 “관건은 상장을 위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보유중인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 매각하는 구주 매출을 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상장을 하려면 현행법 상 전체 주식의 최소 25% 이상을 공모 등으로 일반 주주들에게 분배해야 하는데 호텔롯데의 99.28% 이상을 보유중인 일본 롯데 계열사에서 구주 매출로 지분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텔롯데 상장 이후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합병하고 이를 다시 지주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 분할하는 방안은 롯데 입장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지분을 사고 팔면 이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발생하지만 합병을 하면 그만큼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에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를 합치는 방안은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들 3개사에 인적 분할과 합병 등 복잡한 세부 과정이 필요하지만 계열사 지분 확보 비용이 덜 들어간다.
신 회장이 밝힌 지주사 전환 비용 7조원은 롯데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충분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비교적 많은 현금을 보유한 롯데 계열사들이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 발행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2개 롯데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은 5조4,180억원이다. 합산 부채 비율 또한 94.7%에 불과하다.
아울러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에 따른 신주 발행도 재원 조달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룹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순자산이 3월말 기준 9조4,700억원인 만큼 30% 신주 공모만으로도 3조원 수준의 현금 조달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영 투명성 방안을 포함해 지주회사 전환 비용 마련 등 주요 사안은 조만간 가동될 전담팀(TFT)에서 논의를 거쳐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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