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품 가격 경쟁력 향상 효과
美 對中 만성적자에 갈등 증폭
中 "수요·공급 원리 따른 결정이다"
IMF "외환 자유화 일환 환영" 불구
세계 금융시장은 연쇄적 출렁
중국이 ‘일회성 조치’란 설명을 하루 만에 스스로 뒤엎고 12일 또 다시 위안화 가치를 큰 폭으로 평가 절하했다. 그 동안 인위적으로 묶여 있던 위안화 강세가 적정한 시장 환율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나 전세계 금융 시장이 출렁이며 글로벌 환율 전쟁이 촉발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날 인민은행은 11일부터 위안화 기준 환율 결정 방식을 변경, 전일 은행간 종가와 외화 수급현황 및 주요 국제 통화 환율변화 등을 종합 고려해 기준 환율을 고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위안화 환율 종가가 6.3231위안이었던 만큼 이를 감안해 이날 기준 환율을 올린 것이란 이야기다. 인민은행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위안화 환율을 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환율 상승은 정부의 결정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른 점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의 이번 조치를 외환 자유화의 일환으로 받아들여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위안화 환율은 앞으로 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한때 인민은행 고시 환율(6.3306위안)보다 훨씬 높은 6.4481위안에서 거래됐다. 이는 하루 변동제한폭 2%선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13일에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올려 고시할 가능성이 크다. 위융딩(余永定) 전 인민은행 화폐정책위원은 “위안화 가치가 오르던 시대는 끝났다”며 “인민은행의 조치는 결국 시장의 힘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위안화 평가 절하가 지속되는 것 아니냔 질의에는 “국내ㆍ외 경제 상황 등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인민은행은 그 이유로 ▦중국의 성장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고 ▦경상 수지도 흑자인데다가 ▦위안화에 대한 국제 수요가 꾸준한 점을 들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나 시장에선 이미 이를 소화하고 있고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위안화 절하에 대한 서방의 시각은 복잡하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돌출된 위안화 평가 절하가 양국간 환율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만성적인 대(對)중 무역 적자에 시달려온 미국은 그 동안 줄곧 위안화 가치가 저평가돼있다고 비판해 왔는데 이번에 중국은 오히려 위안화를 평가 절하, 갈등을 더 키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CNN에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한 것은 미국에겐 엄청난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중국 환율에서 시장의 결정력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위안화 평가 절하가 중국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환율 전쟁을 촉발할 것이란 시각도 없잖다. 일본이 인위적 엔저를 통해 수출 신장에 성공한 만큼 중국도 경기 진작과 수출 제고까지 염두에 두고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그 동안 달러가치에 묶여 있어 유로나 엔화에 비해 고평가 돼 있던 위안화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유로화는 달러에 비해 18%나 평가절하됐고 엔화는 22%나 떨어졌으나, 위안화는 2% 정도 하락에 그쳤다. 따라서 이틀 동안 3% 정도 하락은 다른 통화에 비해 별로 큰 변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NYT도 중국 통화당국의 이번 조치는 위안화를 국제 결제통화로 격상시키려는 중국의 장기 계획의 첫걸음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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