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곁을 지켜왔던 김성회(72) 비서실장이 사임했다.
1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 비서실장인 김 전무는 최근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신 총괄회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해 온 김 전무는 1971년 롯데제과 연구원으로 롯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일본 도쿄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신중하고 치밀한 일 처리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1992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전신인 기획조정실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신 총괄회장의 그림자로 지내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이 예고 없이 경영 현장을 방문할 때에도 김 전무만은 빠짐없이 동행했다. 김 전무는 또 계열사의 복잡한 현안들을 신 총괄회장에게 전달하고, 회장의 뜻이 제대로 경영에 반영되도록 조율 역할을 맡는 등 사실상 신 총괄회장의 수족 역할을 해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을 보좌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임무에만 충실했던 롯데그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김 전무를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심신 쇠약과 건강 이상을 호소해온 김 전무는 며칠 전 직접 신 총괄회장에게 “더 이상 건강 때문에 업무가 어려울 것 같다”고 간청했고, 신 총괄회장은 24년 가신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줬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김 전무가 불면증이 심했는데, 최근 사태를 겪으면서 불면증이 더 심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이에 따라 후임 정책본부 소속 총괄회장 비서실장에 이일민(56) 전무를 임명했다. 이 전무는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을 거쳐 2008년부터 정책본부 비서실에서 일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보좌하다 올해 들어 신 총괄회장 비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각에선 이번 비서실장 교체에 대해 신 총괄회장을 견제하려는 신 회장의 전략적 인사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롯데그룹은 “신임 이 전무는 무색 무취한 인물로 전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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