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의 한 골프장 대표가 자신의 골프장에서 경기 중이던 손님의 음주행위를 말리지 않았다며 경기보조원(캐디)을 욕하고 때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12일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캐디 A(34)씨는 지난달 9일 오전 10시께 골프장 회장 박모(64)씨로부터 손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욕설을 듣고 모자로 머리를 수차례 맞았다. A씨가 담당한 손님 1팀, 4명이 전반 라운딩을 끝낸 뒤 티잉 그라운드 근처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월부터 이 골프장에서 일하던 A씨는 폭행을 당한 충격에 오전 근무만 마치고 사직했고, 이날 오후 곧바로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고소장에서 “손님들이 술을 마셔 제지하고 라운딩을 재개하도록 이끌었는데도 회장이 무작정 욕하고 마구 때렸다”며 “수치심에 불면증과 이명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고소장에 5일짜리 상해진단서도 첨부했다.
박씨는 반면 A씨가 술을 마시는 손님들을 제지하지 않고 함께 어울렸다고 반박했다. 박씨는 “A씨를 때렸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티잉 그라운드 바로 옆에서 손님들이 술판을 깔아놨는데 말리기는커녕 같이 어울리고 있길래 순간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의 한 손님은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술을 마신지 얼마 되지 않아 캐디가 제지해 골프를 재개했다”며 “잠시후 고성이 들려서 보니 캐디가 맞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수원지검은 12일 박씨를 상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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