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관광지가 하루아침에 난민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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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가 하루아침에 난민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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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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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일간 도로·관광지 등 점거

축구장 수용과정서 경찰과 충돌도

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들이 에게해 그리스의 코스섬으로 몰려들고 있는 가운데 11일 코스섬 코스카운에 있는 경기장에서 난민들이 등록이 진행되는 도중 난투극이 발생해 경찰들이 아이를 안고 의자에 앉아 있는 한 난민여성을 옮기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리스와 터키를 나누는 에게(Aegean)해는 코발트 빛깔 바닷물과 붉은 석양이 조화로운 풍경을 이뤄 전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에게해의 수많은 섬 가운데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의 고향이기도 한 그리스 코스(Kos)섬은 산토리니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꼭 들리고 싶어하는 명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최근 코스섬과 에게해는 관광객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경계가 강화된 이탈리아로의 밀입국을 대신해 그리스와 터키를 지나 서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 7,000여명이 인구 3만여명에 불과한 코스섬으로 밀어닥치면서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는 등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관광객의 외면을 받아야 했던 그리스로서는 3차 구제금융이 타결되어 큰 고비를 넘기는가 싶더니 새로운 악재를 만난 셈이다.

12일 AFP 등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11일(현지시간) 수 주일 동안 코스섬 도로와 관광지 등 곳곳을 점거한 채 서유럽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던 난민 7,000여명을 지역 내 축구 경기장 안으로 한꺼번에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대항하는 난민들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마구 분사해 폭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AFP는 “밀집된 좁은 공간으로 구겨 넣어지면서 열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에 한 경찰이 난민들을 향해 칼을 내밀어 위협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자 당국은 비판 여론을 우려해 서둘러 해당자를 직위 해제하기도 했다. 양측이 격앙되며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자 기오르고스 키리치스 코스 시장은 “곤봉을 써서라도 난민을 통제하지 않는다면 이들로 인한 폭력 사태가 더욱 확산될 것이고, 관광지인 이곳이 대량 학살의 현장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AP는 “코스섬 곳곳에서 노숙해온 난민들이 그리스 정부에 음식과 정식 입국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라며 “이들이 관광지로 통하는 주요 도로들을 점거하는 등 과격해지자 경찰이 결국 작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에게해의 조용한 코스섬이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주요한 탈출 경로로 떠오른 데에는 터키 서부 해안에서 불과 10㎞밖에 떨어지지 않아 쉽게 유로지역으로 숨어들 수 있다는 지정학적 이점이 크게 작용했다. 더불어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이 주로 기착지로 이용했던 이탈리아가 검색을 날로 강화하고, 독일 정부는 솅겐조약(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 한 번만 입국심사를 마치면 전체 회원국의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조약)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고 나서자,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에게해 섬들로 난민들이 더욱 몰리는 상황이다. 터키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그리스로 밀입국을 시도했다 붙잡힌 난민의 수만도 1,799명에 달했을 정도이다.

이처럼 에게해가 난민 갈등으로 뜨겁게 달아오르자 그렇지 않아도 경제 위기로 지친 그리스 정부의 속앓이는 더욱 깊어졌다. BBC는 최근 난민 문제와 관련해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는 경제난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난민마저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을 더 이상 견딜 능력이 없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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