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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변해야 아이 삶도 바뀝니다

입력
2015.08.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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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 교수 '엄마 인문학' 강연

"학원 보내는 대신 함께 독서를"

'엄마 인문학'을 주제로 12일 서울 구로구청에서 강연하는 인문학자 김경집씨. 구로구청 제공
'엄마 인문학'을 주제로 12일 서울 구로구청에서 강연하는 인문학자 김경집씨. 구로구청 제공

“기존 교육 시스템으로 아이를 가르치면 바보가 됩니다. 아이의 삶을 바꾸려면 엄마가 바뀌어야 해요.”

인문학자 김경집(56) 전 카톨릭대 교수의 한마디에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청 강당에 모인 150여 청중의 눈이 동그래졌다. 김 교수가 2시간 동안 자녀의 교육에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는 동안 좌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시종일관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이날 강연에 모인 청중은 다수가 20~40대 여성이었다.

김 전 교수는 최근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한국을 구할 수 있는 건 엄마와 인문학’이라는 내용은 담은 ‘엄마 인문학’이라는 책을 내고 ‘엄마가 달라져야 내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이 바뀐다’라는 주제로 여러 곳에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김 전 교수는 이날 강연을 최근 대중문화계에 불어 닥친 ‘먹방’ ‘쿡방’ 열풍 진단으로 시작했다. “인간에게는 크게 의지적인 욕망과 본능적인 욕망이 있는데 권력이나 명예를 얻고자 하는 의지적인 욕망을 애당초 포기해야 하고 본능적인 욕망 중 성욕마저 포기해야 하는 젊은 세대가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욕망이 식욕입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건 기성 세대가 청년 세대를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의 삶이 어떤지 알아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며 청년 세대가 어떤 처지인지 알아야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연에서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진 1997년을 “전체적인 시스템이 붕괴된 상징적인 시기”라고 분석했다. 속도와 효율만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창조와 혁신, 융합을 추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구조조정이 주로 하위 구조에만 머물러 사회 구조의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그 모든 부담을 국민이 떠안았다”고 분석했다.

김 전 교수는 전체 학생의 3%만이 부모가 원하는 직업군의 일자리를 갖는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99%의 엄마가 1%의 엄마에게 아부하고 살면 안 된다”며 “99%의 엄마가 연대해 1%를 따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인문학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면서 “교육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알고 있는 것을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물어야 합니다. 기성 세대는 정답만 바라보고 사느라 질문하는 훈련이 안 돼 있어요. 인문학이 널리고 깔렸지만 왜 하는지는 묻지 않아요.”

그는 “교육은 무조건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옛 프레임으로 교육하면 미래를 살아야 할 아이에게 어떤 도움도 줄 수 없고, 아이를 바보로 만들지 않으려면 엄마가 진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초등 3, 4학년 때만이라도 학원을 보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대신 책을 읽게 하세요. 아이 혼자 읽게 하지 말고 엄마가 함께 읽어야 합니다. 같이 읽으면서 물어보고 대답해 보세요. 질문하는 힘에서 상상력이 생깁니다. 기성 세대가 조심해야 할 건 사회가 퇴행하는 걸 보면서도 그냥 넘겨버리는 겁니다. 엄마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엄마들의 역사적 사명이니까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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