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고난의 역사가 좋은 문학 낳은 듯.. 한국 배경으로 탐정소설 쓰는 중"
알림

"한국 고난의 역사가 좋은 문학 낳은 듯.. 한국 배경으로 탐정소설 쓰는 중"

입력
2015.08.12 16:41
0 0

한국문학 애호가이자 소설가

"근현대사 연결된 문학 많아 인상적… 한국 배경 추리물 구상"

한국 소재의 탐정소설을 준비 중이라는 다니엘손 대사는 "육아 때문에 고학력 여성이 일을 포기하는 걸 보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4)
한국 소재의 탐정소설을 준비 중이라는 다니엘손 대사는 "육아 때문에 고학력 여성이 일을 포기하는 걸 보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4)

서울문학회란 모임이 있다. 주한 외국대사들이 모여 한국 문학을 매개로 교류하는 이 모임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고은, 황석영, 박완서, 이문열, 은희경, 공지영, 김지하, 오정희씨 등 수많은 한국 문인들이 다녀갔다. 3대 회장으로 2011년부터 모임을 이끌어온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가 이번 달 말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한국 작가와 문학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해온 그는 틈틈이 탐정소설을 쓰는 아마추어 소설가이기도 하다. 12일 중구 소월로 스웨덴대사관저에서 다니엘손 대사를 만났다. 그는 네 번째 소설을 구상 중이라며 그 배경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_서울문학회 때문에 한국에서의 추억이 각별하겠다. 지난 4년 간을 돌아본다면.

“만족감과 슬픔이 교차한다. 한국에 오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을 더 알고 싶어서였고, 나는 그 방법으로 문학을 택했다. 문학은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다. 서울문학회를 통해 한국을 더 가까이 알 수 있게 된 건 기쁘지만 못한 게 많아 안타깝다. 예를 들면 일과 상관없이 서울국제도서전을 헤매고 다니는 것.”

_문학을 통해 본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나.

“한국의 고통스런 근현대사와 문학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일제의 침략과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에서 많은 문학작품이 태어났고, 내가 만난 한국의 모든 작가는 이 일들에 매우 예민한 감성을 갖추고 있었다. 알다시피 스웨덴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라다.(웃음) 그러다 보니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가진 작가가 많지 않다. 힘든 시간이 좋은 문학을 낳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_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내가 한국문학에 애착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단편이다. 스웨덴은 단편을 쓰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는데 이는 문예지의 소멸과 맥을 같이 한다. 작가들 상당수가 교사인 것도 특이했는데, 작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다.”

_전업 작가로 생계가 힘들어 교사를 겸하는 경우도 있다

“오, 생계가 힘든 건 스웨덴 작가들도 마찬가지다.(웃음) 다만 교사 대신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생활한다. 지원 작가로 결정되면 매년 5만달러 정도를 받는데, 여기서 책 판매 인세를 제외하는 식이다. 지원금을 받는 작가의 대부분은 시인이고, 판매가 좋은 추리소설 작가들은 지원금이 필요 없다.

_스웨덴 추리소설은 한국 독자들 중에도 마니아가 많다

“스웨덴에서 추리소설은 매우 중요한 분야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처럼 정치?사회적 이슈와 밀접한 게 특징이다. 나도 탐정소설을 세 편 썼는데, 네 번째 소설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게 될 것 같다.”

_한국을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이라니..어떤 내용인가

한국에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이렇게 현대적인 국가에서 아직도 남녀위상 차가 크다는 것이다. 물론 스웨덴도 남녀평등에서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한국의 고학력 여성들이 육아를 맡아줄 곳이 없어 가정으로 돌아가는 걸 보며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 현대적인 여성과 중년의 보수적인 남성이 부딪치게 될텐데, 구체적인 건 아직 생각 중이다.”

이날 밤 스웨덴대사관저에서는 다니엘손 대사의 송별회를 겸한 39회서울문학회 모임이 열렸다. 대사가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고은 시인이 초청돼 작품을 낭독하고 문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고은 선생의 시는 늘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선생의 시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