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애호가이자 소설가
"근현대사 연결된 문학 많아 인상적… 한국 배경 추리물 구상"
서울문학회란 모임이 있다. 주한 외국대사들이 모여 한국 문학을 매개로 교류하는 이 모임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고은, 황석영, 박완서, 이문열, 은희경, 공지영, 김지하, 오정희씨 등 수많은 한국 문인들이 다녀갔다. 3대 회장으로 2011년부터 모임을 이끌어온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가 이번 달 말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한국 작가와 문학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해온 그는 틈틈이 탐정소설을 쓰는 아마추어 소설가이기도 하다. 12일 중구 소월로 스웨덴대사관저에서 다니엘손 대사를 만났다. 그는 네 번째 소설을 구상 중이라며 그 배경은 “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_서울문학회 때문에 한국에서의 추억이 각별하겠다. 지난 4년 간을 돌아본다면.
“만족감과 슬픔이 교차한다. 한국에 오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을 더 알고 싶어서였고, 나는 그 방법으로 문학을 택했다. 문학은 그 나라와 국민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다. 서울문학회를 통해 한국을 더 가까이 알 수 있게 된 건 기쁘지만 못한 게 많아 안타깝다. 예를 들면 일과 상관없이 서울국제도서전을 헤매고 다니는 것.”
_문학을 통해 본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나.
“한국의 고통스런 근현대사와 문학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일제의 침략과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에서 많은 문학작품이 태어났고, 내가 만난 한국의 모든 작가는 이 일들에 매우 예민한 감성을 갖추고 있었다. 알다시피 스웨덴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라다.(웃음) 그러다 보니 역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가진 작가가 많지 않다. 힘든 시간이 좋은 문학을 낳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_또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내가 한국문학에 애착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단편이다. 스웨덴은 단편을 쓰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는데 이는 문예지의 소멸과 맥을 같이 한다. 작가들 상당수가 교사인 것도 특이했는데, 작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다.”
_전업 작가로 생계가 힘들어 교사를 겸하는 경우도 있다
“오, 생계가 힘든 건 스웨덴 작가들도 마찬가지다.(웃음) 다만 교사 대신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생활한다. 지원 작가로 결정되면 매년 5만달러 정도를 받는데, 여기서 책 판매 인세를 제외하는 식이다. 지원금을 받는 작가의 대부분은 시인이고, 판매가 좋은 추리소설 작가들은 지원금이 필요 없다.
_스웨덴 추리소설은 한국 독자들 중에도 마니아가 많다
“스웨덴에서 추리소설은 매우 중요한 분야로,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처럼 정치?사회적 이슈와 밀접한 게 특징이다. 나도 탐정소설을 세 편 썼는데, 네 번째 소설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게 될 것 같다.”
_한국을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이라니..어떤 내용인가
한국에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이렇게 현대적인 국가에서 아직도 남녀위상 차가 크다는 것이다. 물론 스웨덴도 남녀평등에서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한국의 고학력 여성들이 육아를 맡아줄 곳이 없어 가정으로 돌아가는 걸 보며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 현대적인 여성과 중년의 보수적인 남성이 부딪치게 될텐데, 구체적인 건 아직 생각 중이다.”
이날 밤 스웨덴대사관저에서는 다니엘손 대사의 송별회를 겸한 39회서울문학회 모임이 열렸다. 대사가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고은 시인이 초청돼 작품을 낭독하고 문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고은 선생의 시는 늘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선생의 시를 읽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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