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크와 서울시, 한달간 공동작업
나라 잃은 슬픔을 딛고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대회 마라톤 금메달의 영광을 안은 고(故) 손기정 선수.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역대 올림픽 영웅을 소개하는 한 외국 사이트(isoh.org)에는 최근까지 올림픽 출전 당시 사용했던 일본식 이름인 ‘키테이 손(Kitei Son)’으로 남아있었다.
이를 발견한 한 청년은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손기정 선수가 조국을 잃고 일본을 위해 뛰었지만, 그는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는 영원히 한국인의 이름으로 세계인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의 이름을 돌려주십시오”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해당 사이트는 3일 만에 “당시 알려졌던 참가자들의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키테이 손으로 표기했다”면서 “앞으로 키테이 손과 손기정(Sohn Kee-Chung)이라는 이름을 함께 표기하겠다”고 응답했다.
서울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민간 외교사절단 ‘반크(VANKㆍ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와 함께 청년글로벌서울 홍보대사를 모집, 잘못 알려진 우리나라의 역사ㆍ문화 정보를 발굴, 정정하는 활동을 펼쳤다고 12일 밝혔다. 136명의 청년글로벌 서울 홍보대사는 한달 동안 전세계 출판물과 웹,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잘못 알려준 우리 역사 등을 찾아 바로잡는 활동을 펼친 결과 64건의 오류를 발견해 3건을 시정 완료하고 7건의 회신 메일을 받는 성과를 얻었다. 오류 발견은 동해와 독도 관련 40건, 거북선, 한복, 김치, 한글 등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 11건,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표현하는 등 역사 왜곡 사례 9건, 기타 2건 등이다.
홍보대사들의 활동으로 미국의 미술품 전문 쇼핑몰(findartamerica.com)에서 ‘코리아 기모노(Korean Kimono)’로 판매되던 한복은 ‘hanbok’으로 수정됐고 여행전문 사이트(changesinlongitude.com)에서 기모노 스타일로 소개된 한복에 관한 설명을 바로 잡았다.
당장 시정되지는 않았으나 향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례도 많았다. 현재 국내 대형 서점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한 아동 지도책 발행사는 동해(East Sea)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한 지도를 2017년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도 적지 않은 오류들이 발견됐다. ‘Pinteres’ 등 앱에서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현했으며, ‘세계지도 아틀라스’ 어플은 대한민국을 소개하면서 언어를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하고 있다. 반크측은 이에 대한 정정을 요구한 상태다. 또 중국 집안시에 설치된 고구려 보장왕(28대왕) 관련 안내 표지판에는 ‘고구려는 조기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 정권이며 기원전 668년 당나라에서 일어난 국내 전쟁으로 정권이 철저히 소멸했다’는 등 역사 왜곡뿐만 아니라 오문ㆍ비문으로 가득 적혀 있어 관리 주체를 파악 중이다.
황보연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진행한 청년글로벌 서울 홍보대사활동이 높은 참여율과 뛰어는 성과 속에 막을 내리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한국과 서울을 알리고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끊임없이 시정해 나가는 젊은 청년들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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