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와 같은 금융투자상품 가입 때 서류에 서명해야 하는 횟수가 대폭 줄어드는 등 가입 절차가 간소해진다. 이렇게 되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때 잠시 시간을 내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감독원은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과제 중의 하나로 금융투자상품 투자권유 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늦어도 연내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서류에 서명해야 하는 횟수는 15회 안팎에서 4회로 대폭 줄어든다. 고객과 금융사간 새로운 거래관계를 형성하거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서류만 고객의 정확한 의사 확인을 위해 개별 서명을 하고 나머지 서류는 일괄 서명으로 바꾸기로 했다.
투자설명서, 투자원금 손실 등에 대해 듣고 이해했다는 것을 표시하게 하는 덧쓰기 문구도 현행 100자 정도에서 10자 이내로 축소된다. 상품별로 설명 및 부적합 확인서에 ‘들었음’ ‘투자의 위험성을 고지 받았음’ 등의 덧쓰기를 반복해 고객 부담 및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문장 위주인 상품설명서는 도표와 그림 등을 활용한 시각적 형태로 작성 방식을 전환하고 분량도 줄여 핵심 설명서만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분량이 15장에 달하는 데다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 설명의무 이행에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투자권유나 설명의무의 이행은 투자자(경험과 인식능력)와 상품(복잡성 위험도)에 따라 차등하기로 했다. 손실위험이 낮은 상품은 투자자정보 확인의무를 간소화하고, 고령자 등 취약투자자에 대한 투자 권유 시에는 별도 보호절차를 마련하는 식이다.
조국환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1시간 이상 소요되던 금융투자상품 가입절차가 30분 이내로 단축될 뿐만 아니라 획일적 형식적 절차 이행이 간소화되는 대신 설명의무 차등화 등으로 투자자 보호가 실질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가입절차 간소화로 불완전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현재처럼 가입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은 동양사태 등 대규모 투자피해 사례가 발생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늘였다 줄였다만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조치는 금융사 직원들의 책임 면피용이었던 서류 확인 절차를 줄여 오히려 투자자 특성에 맞는 상품 설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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