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매설한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을 놓고 군의 감시와 경계작전 모두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오랜 기간 도발징후가 뚜렷했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하다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군 지휘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비판이 무성하다.
북한의 도발징후는 지난해 여름부터 1년 이상 지속돼 왔다. 북한군이 MDL을 넘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으로 도망가는 방식이 반복됐다. 이에 지난해 7월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북한군이 특수부대 훈련이나 담력훈련을 하고 있다”며 “우리도 공세적으로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이 MDL을 넘더라도 우리군 GP(DMZ 내 감시소초)를 잇는 철책선까지는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철책선은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한 곳이다. MDL에서 남북간 총격전이 매월 수 차례 벌어졌지만 더 이상의 추가 조치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 북한군의 도발은 기승을 부렸다. 파주와 철원 등 최전방지역 곳곳에 걸쳐 북한군이 적게는 2~3명, 많게는 10여명씩 무리 지어 MDL을 넘었다가 빠지는 변칙전술을 구사하며 우리측 감시망을 교란해왔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이상행동’이라고 폄하하며 김정은이 실전적 훈련을 강조하면서 전방부대 군인들이 담력을 키우고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보여주기 식 도발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에도 군 당국의 대책은 ‘말’에 머물렀다. 지난 6월 16일 한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 “여름철 녹음기를 맞아 북한군의 MDL 근접정찰과 침투훈련이 활발하다”면서 “도발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완벽하게 대응하는 작전수행 능력을 숙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결국 이번 사고로 군의 대응태세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명백히 드러났다.
사고 이후에도 군 지휘부는 수색대원들의 전우애로 관심을 돌리며 아무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합참 고위관계자는 “DMZ 내 GP 철책은 뚫렸지만 남방한계선을 차단하는 GOP(경계초소)는 뚫리지 않았기 때문에 경계작전의 실패가 아니다”면서 궤변을 늘어놓았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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