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과 노숙인 명의로 유령회사를 만들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류업체들에게 유령회사 신용카드 단말기를 대여해 주는, 속칭 ‘카드깡’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여신전문금융법 위반)로 채모(61)씨와 A 전자결제대행(PG)업체 전무이사 박모(58ㆍ여)씨 등 4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 일당은 브로커 이모(59)씨로부터 독거노인과 노숙인 명의로 차린 유령회사 22개를 개당 500만~1,500만원에 사들인 뒤 PG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단말기를 받았다. PG사는 신용카드사와 직접 가맹점 계약을 맺기 힘든 영세 업체를 대신해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곳이다.
이들은 2012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용카드 단말기를 땡처리 의류업체와 쇼핑몰 등에 제공하고 업체 매출을 유령회사에서 발생한 것처럼 조작했다. 중소업체들은 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맺을 때 지불하는 세금 및 수수료 15%보다 적은 10~11%의 수수료를 채씨에게 지급해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채씨는 이런 식으로 무려 2,859억원의 허위매출을 발생시켜 790억원 가량의 세금을 포탈하고 수수료 200억원을 받아 챙겼다. 허위결제 액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PG사는 채씨 일당과 수수료를 나눠 갖고 채씨로부터 대포통장을 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PG사와 계약한 회사의 매출은 PG사 매출로 잡혀 국세청이 구체적인 매출 정보를 알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며 “PG사의 실제 판매자 거래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탈세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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