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박기춘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에 미적거리고 있다. 박 의원은 분양대행업자로부터 수 억원 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11일 국회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됐다. 의원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후 72시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14일이 임시공휴일임을 감안하면 13일까지는 처리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의 제 식구 감싸기로 시한을 넘겨 체포동의안 처리가 무산된다면 엄청난 역풍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금품수수 내역을 보면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들 결혼식 축의금 1억 원, 의정보고서 지원금 1억 원, 명절인사 명목으로 7,000만원 등 현금만 2억7000만원을 받았다. 3,120만원 짜리‘해리 윈스턴’ 등 고급시계 2점, 고급 안마의자, 루이비통 등 고급가방까지 합하면 3억5,800만원 상당의 금품이다. 박 의원이 받은 것만 그렇고 부인과 아들, 동생이 받은 금품을 포함하면 7억3,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경력에 비춰 업무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 내부에는 그가 이미 탈당했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이유로 동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니 개탄스럽다. 일반인은 훨씬 경미한 혐의로도 구속되는데 동료라고 봐주자는 것은 그 동안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요, 국회의원 특권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야당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증원방안을 꺼냈다가 엄청난 비난여론에 직면한 것은 바로 의원들의 이런 행태 때문이다. 정치혁신 차원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이 말짱 거짓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얼마 전 새정치연합은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심학봉 의원처리 문제로 새누리당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새누리당이 자당 소속 심 의원이 탈당했다는 이유로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했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다른 사안들과 연계할 뜻을 내비치는 것도 염치 없는 처사로 비난 받을 일이다.
문재인 대표는 비리 의원을 감쌀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당내 기류가 박 의원을 동정하는 쪽으로 흐르자 엉거주춤하고 있다. 단호하지 못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스스로 입증하는 처사다. 이러고서 내년 총선에서 무슨 염치로 표를 달라고 할지 알 수 없다. 체포동의안 처리 무산 역풍에 휘말리면 혁신작업도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사리도 분간 못하면서 무슨 혁신을 이야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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