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세워 구글-자회사들 분리
무인차·스마트안경 등 신사업 박차
지주사는 공동창업자가 이끌고
자회사 구글 CEO엔 인도계 피차이
"핵심사업에 집중 추세와 역행
워런 버핏식 복합기업" 평가도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 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다양한 자회사를 세워 여러 사업들을 관리하고 지주사는 혁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전세계 인터넷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혁신을 통해 새 사업을 추구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란 위기 의식의 발로다.
10일(현지시간) 구글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는 구글 공식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지주사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구글은 알파벳이란 이름의 지주사를 만들어 그 밑에 구글과 구글X, 파이버, 칼리코 등 다양한 사업 자회사를 두는 방식이다. 래리 페이지 CEO는 “알파벳이란 이름은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의미하는 알파를 추구(Alpha-bet)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 인터넷 검색과 지도(구글맵), 동영상(유튜브), 수익사업인 인터넷광고 등 주력 사업을 맡는다. 무인 자동차와 스마트 안경(구글 글래스), 스마트홈, 노화 예방과 암 치료 등의 바이오, 벤처 투자와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등 미래 먹거리를 대비한 신규 사업은 구글 X, 파이버, 칼리코 등이 담당한다. . 래리 페이지 CEO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적당히 머무르는 것이 불편하다”며 “지주사 체제 개편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사업들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봤다.
구글 공동창업자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지주사인 알파벳 CEO와 사장을 맡기로 했다. 자회사 구글의 CEO는 인도계 순다르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발탁됐다. 2004년 구글에 합류한 뒤 크롬 개발팀에서 일했던 피차이는 지난해 10월 구글 조직개편 때 사실상 구글을 총괄하면서 이미 창업자들의 후계자로 꼽혔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지난해 임명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이타 나델라 CEO 이후 두번째 인도계 CEO다.
외신들은 구글의 지주사 변신을 성장 관점에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기민하게 새로운 사업을 찾기에 구글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 창업자들 시각”이라고 평했다.
투자자들의 불만도 작용했다. 영국 타임즈는 “구글이 너무 다양한 사업을 벌여서 정체성을 모르겠다는 것이 구글 투자자들의 오랜 불만”이라고 전했다. 구글 매출의 90%는 인터넷 검색과 검색 광고에서 나온다. 지주사 체제가 되면 구글이란 이름으로 묶여 있을 때보다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는 지 자금 흐름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구글의 지주사 전환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포브스는 구글의 개편을 ‘워런 버펫 식의 복합기업’이라고 평했다. 투자가 워런 버펫은 버크셔해서웨이라는 투자 회사를 중심으로 보험, 구두, 속옷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포브스지는 “구글의 행보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핵심 역량에 힘을 모으는 최근 추세와 다르다”며 “결국 래리 페이지가 워런 버펫만큼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자금 운용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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