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99.5%… 사실상 완공, 주인 낙점 받은 넥센은 전전긍긍
年 80억원 유지비에 운영권 모호, 교통 체증 탓 야구팬 찾을지 의문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서울시 구로구 고척돔 야구장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와 고척돔 야구장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99.5%에 이르러 사실상 신축 구장으로의 면모를 모두 갖췄다. 내년부터 이곳에서 국내 프로야구를 치르게 돼 한국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첫 돔구장 경기를 치르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됐다. 매 시즌 우천 취소 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고척돔은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구장의 주인은 8년 목동 시대를 마감하고 이전할 넥센으로 결정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진척된 내용이 없다. 경쟁을 해서라도 국내 최초의 돔구장 주인이 되고 싶어야 할 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비용 문제다. 고척돔 구장은 당초 2008년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서울시는 2008년 4월 고척돔 구장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2009년 4월 하프돔에서 풀돔으로 계획을 바꿨다. 한국대표팀의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계기로 돔 구장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공사비는 530억원이었으나 풀돔으로 설계가 변경되자 2,000억원까지 올랐다. 서울시는 돔구장 연간유지비가 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자 넥센에 반강제적으로 떠넘겼다. 넥센으로서는 목동구장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용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두 번째는 운영권이다. 그렇다면 넥센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돔구장 운영권을 줘야 하는데 넥센 구단에 따르면 서울시는 체육진흥공단에 한시적으로 돔구장 위탁 운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단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말이 좋아 한시적이지 언제 넥센에 운영권을 물려준다는 약속도 없다. 당초 서울시가 돔구장 건설을 추진할 때는 넥센에 운영권 보장을 약속했다가 슬며시 말을 바꾼 것이다. 최근까지도 서울시는 넥센과 협의조차 하지 않고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일관했다. 이런 형식이라면 넥센은 목동구장처럼 홈경기가 있는 날만 일일대관 형식으로 고척돔을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 경기가 없는 날은 서울시가 수익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넥센이 이런 핸디캡을 딛고서라도 고척돔으로 옮길 명분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지난달말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립체육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서울팀에게 광고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넥센에 대단한 특혜라도 주는 것처럼 발표했지만‘고척돔 유인책’에 불과 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광고권은 홈팀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지금까지 서울시는 광고 수익을 독식해 왔다. 게다가 이 역시 ‘한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돔구장으로 옮기면 광고 수익 증대를 예상하지만 구단의 홍보, 마케팅 투자 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 목동구장에서도 매년 40억원의 적자를 안고 있는 넥센이 서울시의 이런 이기적인 구도 속에 과연 돔구장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척돔은 야구팬들에게도 최악의 환경이다. 고척돔은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 등이 연결되는 악명 높은 상습 정체구간이다. 주차장도 충분치 않다. 500대 정도의 차량만이 고척돔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도보로도 현재 동쪽 출구만 있는 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고척돔까지 성인기준 10분이 넘게 걸린다. 아울러 김포공항 지척이어서 비행기 소음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넥센의 고위 관계자는 11일 “내년부터 당장 운영권을 못 주겠다면 2년 뒤 보장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교통상황이 안 좋은 데 관중이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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