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열사 15만명 정년 60세 통일… 年 1000명 이상 청년 고용 확대
재취업·창업 프로그램도 개발… 노조 "구체적 방안 보고 대응할 것"

현대자동차그룹이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를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도입한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동참으로 내년 1월 시행되는 만 60세 정년 연장을 앞두고 각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청년 고용 확대 및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부터 41개 전 계열사 임직원 15만여 명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겠다”고 11일 밝혔다.
현대자동차 등 일부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 성격의 정년 연장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공식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법이 정한 만 60세로 정년을 통일하고,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은 만 57세,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는 만 58세로 계열사별 정년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위해 재취업 및 창업, 노후 대비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청년고용도 연간 1,000명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시행과 청년고용 확대는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수한 인재 확보를 통해 회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직원들의 반발을 고려해 일부 계열사에서는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한 뒤 전 직군, 전 직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노동조합 등 근로자대표와 협의할 계획이다. 협의 과정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범위, 임금 감액 시점, 감액 비율 등 세부 내용을 놓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미 단체협약에 의해 58세부터 임금을 동결하고 59세 이후에는 10% 삭감 중이라 현재도 임금피크제를 하는 셈인데 만약 임금 삭감 시점이 58세 이전으로 앞당겨진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향후 사측의 구체적인 안을 본 뒤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부의 강력한 노동개혁 의지에 발맞춰 임금피크제를 활용한 청년 고용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LG그룹을 비롯해 지난달 말 기준 자산 총액 상위 30대 그룹의 계열사 378개 중 177개(47%)가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재계 1위 삼성그룹도 내년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전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현재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30대 그룹의 주력 기업 48개의 임금 삭감 시작 연령은 만 56세(37.5%)가 가장 많고, 이어 57세(16.7%), 58세(29.2%), 59세(12.5%) 순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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