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활 100% 확신하며 베팅
美 경제 본격 회복 기대감 커져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가 10일(현지시간) 372억 달러(약 43조원)를 투자해 미국의 항공기부품 제작업체인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이하 프리시전)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이 자신의 투자 인생 반세기를 통틀어 가장 큰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버핏이 초대형 인수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소식에 미국 시장과 언론은 반색했다. 손대는 족족 막대한 수익을 일구는 버핏의 ‘엘리펀트(대형 인수)’ 투자만큼 미국 시장에 대한 전망을 확실히 밝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쇠퇴일로를 걷던 미국 제조업에 대한 투자인 만큼 향후 미국 경제가 본격적 회복세를 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하듯, 이날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9%나 상승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버크셔 헤서웨이가 시장 가격보다 20%가량 높은 주당 235달러에 프리시전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라며 “버핏의 투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 계약이 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에 따르면 버크셔 헤서웨이가 치를 인수금액은 320억달러 규모이지만, 여기에 프리시전이 지닌 채무까지 합치면 총 금액은 372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양사 주주들과 관련 감독기관의 승인을 거치면 내년 1분기 중 계약이 최종적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이 인수하기로 한 프리시전은 미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기반을 둔 항공기 및 에너지생산설비 부품 전문 제작회사로 약 3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에너지 시장과 전반적인 경기 악화로 올 1분기 순익이 전 분기 대비 18%나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으면서도 지난 3년 동안 70억달러를 투자해 항공기부품 첨단화에 매진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사실 버핏은 프리시전을 오래 지켜보며 인수를 위한 투자를 준비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2년 프리시전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버크셔 헤서웨이는 올해 초 3%까지 소유지분을 서서히 늘려왔다”라며 “버핏이 지난달 초 프리시전의 CEO인 마크 도네간을 만나 인수 의사를 내비치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버핏이 항공산업의 전망에 대한 확신은 물론, 프리시전의 미래가 건실할 것이란 믿음에 기반해 거액투자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얘기이다. 버핏은 투자결정 발표 후 “100% 확신이 없었다면 이 거래는 이뤄질 수 없었다”고 밝혔을 정도이다
이번 버핏의 결정은 2009년 26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를 인수한 이후 6년 만의 대형 인수 계약이다. FT는 “버핏이 항공과 에너지산업 등 전통적인 미 제조업이 살아날 것이란 자신감을 갖고 오랜만에 일궈낸 대형 계약”이라고 평가하며 미국 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이 한층 밝아질 것이라 평했다.
다만 이번 계약은 버핏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 이러한 대형투자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사실상 버핏의 현역 생활 마지막 대형 계약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0일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프리시전 인수에 들어가는 금액 가운데 230억달러를 버크셔 헤서웨이 보유 자금에서 감당하고 나머지 100억달러 이상은 빌려서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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