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를 이겨내고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서민금융에 전념하면서 건전성 회복에 주력한 것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9곳의 저축은행은 2014년 회계연도(2014년7월~2015년6월)에 당기순이익 5,008억원을 기록해 2008년 이후 7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는 전년에 5,089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1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다.
분기별 당기순이익 규모는 1분기 80억원, 2분기 1,738억원, 3분기 1,356억원, 4분기 1,834억원으로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올 6월 말 현재 총자산 역시 40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5,000억원, 9.4% 증가했다.
건전성도 확연히 개선됐다. 무엇보다 6월말 현재 연체율은 11.5%를 기록, 지난해보다 6.1%포인트나 급감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12.5%로 지난해 대비 6.6%포인트 개선됐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의 14.28%보다 0.29%포인트 높아진 14.57%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장기간 이어진 침체의 터널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2010년 2조7,777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2011년에는 전체 자산의 30%를 차지하는 16개 저축은행이 한꺼번에 영업정지를 당하며 벼랑 끝까지 내몰린 바 있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실적 개선에 성공한 것은 자산건전성 회복을 위한 꾸준한 노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부실채권 매각 등으로 인해 예상 손실을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전년보다 6,000억원 넘게 줄어든 데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긴 PF 대출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역시 작년 9월 말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고위험 투자 대신 지역 내 중소기업과 개인 여신 등 서민금융에 집중한 것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저축은행의 대출 등에 따른 이자이익은 2조1,941억원으로 전년보다 1,870억원 늘어났다.
하지만 향후 전망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저축은행의 영역이었던 중금리 대출 시장에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 역시 저축은행의 설 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케이블TV 광고 규제 등 영업환경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그동안 쌓인 부실을 털어내고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발굴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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