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화장실에 가라는 생체신호가 뇌에 전달되는 것은 방광에 소변이 300~400㏄정도 찼을 때다. 성인 남성의 방광에는 대체로 시간당 50~100㏄의 소변이 찬다. 따라서 늦어도 3, 4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아야 한다. 물론 방광은 더 많은 양의 소변을 담을 수 있다. 성인 남성의 방광이 저장 가능한 소변량은 최대 700~800㏄. 이때 방광의 팽창으로 방광 두께는 1.5㎝에서 3㎜까지 얇아진다. 하지만 이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방광이 터지진 않는다지만 몸에 이로울 리 없다.
▦소변을 오래, 자주 참으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소변에는 소화 과정에서 생긴 찌꺼기 물질들과 세균들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소변이 체내에 오래 머물면 방광에 이상이 생긴다. 대표적인 질병이 대장균 등이 방광 내에서 번식해 생기는 방광염이다. 최근에는 소변을 오래 참는 행위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소변이 방광에 장시간 머무는 사이 소변 내 발암물질과 방광 점막 간 접촉 시간이 늘어나면서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힌만 증후군(Hinman syndrome)은 소변 참기를 강요당한 어린이들이 일으키는 배뇨 장애 증세를 말한다. 하지만 반드시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제 때, 제 마음대로 생리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 채 장시간 업무에 종사해야 하는 성인들도 배뇨 장애를 비롯한 비뇨기계 질환에 노출돼 있다. 3~4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버스 기사, 대형 마트 캐셔, 자동화된 대형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등은 업무ㆍ직장 특성이나 근무 형태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소변을 참아야 하는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운수노조가 서울시에 버스 회차 지점마다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됐다. 업체가 할 일을 시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거리 간선 버스 기사들은 커피는 안마시고 식사후 물은 3분의 1컵만 마시는 등 매일 소변과의 전쟁을 치른다. 당연히 비뇨기계 질환을 앓을 위험이 높다. 간이 화장실 설치 장소는 결국 도로변이 될텐데 버스 업체로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비용은 업체들이 대더라도 위치 선정이나 설계 등은 시가 주도적으로 처리해서 버스 기사들의 용변권을 보호해주는 것이 맞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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