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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앞둔 남북관계 최악…공동행사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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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앞둔 남북관계 최악…공동행사도 전무

입력
2015.08.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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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긴장 고조…체육·종교·문화 남북행사 모두 불발

정부의 '공식라인 통한 남북대화 원칙' 재검토 주장도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고 현장 주변에서 9일 장병들이 무장한 채 수색작전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고 현장 주변에서 9일 장병들이 무장한 채 수색작전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길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급상승하고 있고, 북측은 우리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민간에서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추진하던 남북공동행사도 성사된 것이 전무한 실정이다.

◇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 '무시'…北, DMZ 목함지뢰 도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경원선(서울~원산) 철도 복원사업은 현 정부의 역점 추진 사업이나 북측이 호응하지 않아 우선 남측 복원구간 공사만 시작된 상태다.

같은 날 통일부는 ▲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행사 개최 ▲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 등을 의제로 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려고 했으나 북측은 그런 제안이 담긴 서한을 수령조차 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같은 날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평양을 방문해 3박 4일의 방북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아 이 여사의 방북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의 경원선 복원공사 기공식 참석 하루 전에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DMZ 수색 임무를 수행 중이던 우리 장병 2명이 최전방 지역인 추진철책 '통문'을 통과하다가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확실시되는 목함지뢰에 의해 크게 다쳤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이런 내용의 DMZ 폭발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응징 보복' 차원에서 2004년 남북 합의로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선언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전방지역에는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A급)가 발령되는 등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크게 고조된 상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원선 복원사업과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등에 대한 견제구로 판단된다"며 "남북관계가 이렇게 엄중한데 무슨 경원선 복원공사냐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하기 전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하기 전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8·15 계기 남북공동행사 무산…단독행사만 개최

광복 70년·분단 70년을 앞두고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정부 혹은 민간 차원에서 추진됐던 남북공동행사도 성사된 것이 하나도 없다.

대표적으로 남북 민간단체가 광복 70주년 계기 8·15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추진했지만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추가 실무접촉이 무산되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북측 '6·15 공동선언 15돌·조국해방 70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남측 '광복 70돌, 6·15 공동선언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에 보낸 서신에서 "남측 지역에서 험악하게 벌어지는 동족대결 소동 정세 속에서 과연 8·15 공동행사가 성사될 수 있겠는가"라고 밝힌 데다 8월 15일을 코앞에 둔 상황이어서 이들이 추진한 남북공동행사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조국해방70돌 민족통일대회'에 남측이 참가하는 방식을 고수한 반면 남측은 8·15 공동행사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개최하고 남북이 상대방의 행사에 교차 참여하는 방식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축구·씨름대회, 종교행사, 학술대회, 문화·예술 공연 등 다양한 남북공동행사가 추진됐으나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 차원의 추진사업으로는 ▲ 축구·태권도 ▲ DMZ 평화문화예술제 ▲ 청소년 한반도대장정 ▲ 경원선 복원 및 한반도 종단열차 시범운행 등이 있고, 민간 차원 추진사업으로는 ▲ 기록유산 공동전시 ▲ 겨레말큰사전 편찬회의 ▲ 독립운동사료 학술회의 ▲ 아리랑 합동공연 등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축구대회, 청소년 한반도대장정, 공동기도회·법회 등을 민간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제의했으나 북측이 응답하지 않았다"며 "기록유산 전시 등 이미 합의한 사항도 보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남측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사는 8·15 계기로 국내에서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한국-아세안(ASEAN) 신진 예술가를 초청하는 DMZ 평화문화예술제는 고성, 강화, 철원 등지에서, 겨레말 통합을 위한 국제학술회의는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또 8·15를 전후로 한 남북공동행사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9월 이후라도 남북공동행사 성사를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태권도연맹(ITF)과 세계태권도연맹(WTF)이 남북공동사업을 협의 중"이라며 "10월 말쯤 태권도 관련 남북공동 시범행사를 하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스포츠 분야 교류·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며 "축구도 계속 진행 중인데 8·15 때는 못할 것 같고 그 이후에라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종교별로 개성 영통사 복원, 조계종 사업 등 기존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이라며 "북측과 공동으로 하려는 사업은 거의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남북 물밑접촉·비공개 특사 파견이라도 추진해야"

광복 70주년에도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면치 못하는 데는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전략·전술 부재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이희호 여사의 방북 당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려고 했으나 북측이 대화제의 서한조차 받지 않은 것은 광복 70주년을 앞둔 남북대화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 의도가 이 여사의 방북 의미를 퇴색시키는 데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방북하는 이 여사 측과의 교감 아래 대화제의를 했으면 북측이 서한조차 받지 않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기회에 공식라인을 통한 남북대화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대북접촉 원칙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양무진 교수는 "광복 70주년을 앞둔 남북관계 개선 기대는 사라졌다"며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물밑접촉이나 비공개 특사 등을 과거의 잘못된 방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려울 때일수록 그런 방식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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