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는 무려 11개
13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박기춘(59)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이 수수한 실제 금액이 알려진 것보다 2배 많은 7억3,000만원으로 확인됐다. 아들 결혼식 축의금 1억원, 명절 떡값 수천만원 식으로 받았다. 그와 가족이 받은 고가 명품 시계는 무려 11개나 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보기 드문 현역 정치인의 비리”라고 혀를 찼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지난 7일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44ㆍ구속기소)씨로부터 현금과 시계, 가방 등 총 3억5,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 적시된 3억5,800만원의 내역은 ▦현금 2억7,000만원 ▦시가 3,120만원짜리 ‘해리 윈스턴’(사진) 등 고급 시계 2점(7,000여만원 상당) ▦루이비통 등 고급 가방 2점(500여만원 상당) ▦고급 안마의자(1,000여만원 상당)였다. 이 가운데 현금은 올해 2월 아들 결혼 축의금 1억원과 의정보고서 지원금 1억원, 두 차례에 걸친 명절인사 명목 7,000만원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이 김씨로부터 수수한 금품은 이뿐이 아니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기리 판사 심리로 열린 박 의원의 측근 정모(50ㆍ구속기소)씨 사건 공판에서는 김씨가 박 의원의 부인과 아들 등 가족들에게도 ‘브라이틀링’과 ‘태그호이어’ 등 고가 시계 6점을 건넨 사실이 폭로됐다. 박 의원 아들이 받은 ‘위블로골드’ 시계의 시가는 3,19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정씨는 이들 6점과 박 의원 본인이 받은 ‘해리 윈스턴’ 등 시계 7점(총 1억4,379만원 상당)과, 고급 안마의자 등을 수사착수 직후 박 의원의 지시에 따라 김씨 측에 돌려줘 증거를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 가족이 김씨한테서 받은 고급시계는 3점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 의원 측은 시계만 11점(박 의원 2점, 가족 9점)을 받아 챙겼다. 여기에 박 의원의 동생(55)이 김씨한테 받은 2억 5,000만원을 포함하면 모두 7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박 의원 측에 건네진 셈이다. 검찰은 다만, 가족이 받은 시계 9점에 대해선 박 의원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함에 따라 혐의사실에서 제외했다. 검찰은 박 의원의 동생과 김씨의 금품 거래에서도 불법적인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체포동의 요구서를 첨부한 박 의원의 구속영장을 국회에 보냈다. 현직 의원을 구속하려면 국회의 체포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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