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공시 규정 적용받게 돼, 투자 포트폴리오 노출 등 문제"
현행 소극적 범위 내서 대책 찾기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문제와 관련, 정부와 여당이 결국 현행 소극적 주주권 범위 내에서 투자수익률 보호책을 찾기로 했다. 주주권 강화를 위한 관련법안 개정 등 큰 칼을 빼드는가 싶었지만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이른바 ‘연금사회주의’와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자 꼬리를 내렸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0일 국회에서 만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현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날 회동은 롯데그룹 사태로 수백억원의 국민연금이 손실을 보게 되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해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정ㆍ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당정협의 결과는 싱거웠다. 김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행보다 강화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지금보다 엄격한 공시 규정을 적용받게 됨으로써 일반투자자가 국민연금을 추격매수하거나 국민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법을 개정해 국민연금 주주권을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홍 본부장은 롯데그룹 측에 기업가치 훼손 방지, 향후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 확대, 주주이익 우선정책 마련 등을 촉구할 것이라고 당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계열사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들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한 국민연금이 700억원대의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직접 나서 ‘최고경영자 리스크’ 등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감시 및 주주권한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현행 금융투자업법에서 단순투자로 제한된 국민연금의 기업지분 보유 목적을 주주총회 소집, 이사 추천ㆍ해임 등으로 확대하거나 ‘5% 룰’(보유주식 합계가 5% 이상일 때 5일 내에 보유 상황ㆍ목적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규정)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추진 움직임이 당정간 실무협의 단계에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를 재추진할 경우 여권 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를 공개 요구한 김 대표는 당정 실무협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국민연금이) 소극적 주주권 행사 범위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반면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친박계 핵심 김재원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을 확대할 경우 기금운용본부가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게 돼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방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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